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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은 이처럼 뜨거운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ESG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32%로, 동일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10.15%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세부 상품별로 뜯어보면 반드시 ‘양호하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운용순자산이 400억원 이상인 ESG 주식형 펀드(ETF·올해 출시 제외)는 대표 클래스 기준 6종으로, 이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를 뛰어넘는 펀드는 절반에 불과했다.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97%)보다 우수한 펀드는 ‘마이다스책임투자’와 ‘삼성ESG착한책임투자’ 펀드 정도였다.
‘ESG’를 앞세운 펀드들이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포트폴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NH아문디100년기업그린코리아’ 펀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5종은 코스피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그렇다 보니 포트폴리오 대부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돼 있고, 수익률 차이는 이들의 적극적인 비중 조정 유무에서 발생했다.
예를 들어 ESG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덩치가 큰 ‘마이다스책임투자’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 14.42%로 집계됐다. 여타 펀드가 삼성전자(005930)를 시가총액 비중과 유사한 20% 이상으로 담고 있는 것과 달리 해당 펀드의 삼성전자 비중은 6월 초 기준 11.18%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000660)(2.49%), 현대차(005380)(2.28%), SK텔레콤(017670)(2.05%) 등 시가총액 비중과 다소 차이가 있다. 역으로 다른 펀드들은 ‘ESG’라는 이름표가 붙었음에도 일반적인 국내 주식형 펀드와 차이가 없는 포트폴리오 탓에 수익률 변별력도 사라진 것이다.
일각에선 국내 ESG 시장 자체가 초창기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금융당국도 ‘ESG워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듯 지난달 운용업계를 상대로 ‘ESG 주식형 펀드는 투자 전략의 구체적 서술’ 등 구두 지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자체 평가 시스템을 고민한 곳이 있는가 하면 ESG를 마케팅 수단 정도로 사용하는 곳도 있는 등 운용사별로 ESG에 대한 이해도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면서 “연기금 등 기관이 본격적으로 ESG 투자에 나설 때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솜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ESG 펀드의 목적은 ESG 경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인데 시총 상위 기업은 ESG를 통한 성장 모멘텀이 작고 작은 기업일수록 모멘텀이 더 크다”며 “국내 ESG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라 ESG에 따른 성장 모멘텀을 측정할 데이터가 부족해 대기업에 유리한 ESG점수를 갖고 펀드에 편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ESG 투자 성과도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고 투자시점과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도 대형주를 담지 않고 도전적으로 ESG펀드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