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재테크 방법 중 하나로 떠올랐던 이른바 ‘스니커테크’.
새롭게 또는 한정판으로 출시된 운동화가 발매가 보다 값이 오르면 판매하는, 즉 ‘리셀’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뜻한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아 MZ세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수요와 공급 차를 이용하는 리셀 방법은 스니커테크 외에도 다양하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금액에 거래되는 샤넬(샤테크), 시계 롤렉스(롤테크) 등이 그 예다.
낮은 금리 등을 이유로 안정적인 자산 축적이 힘들어지자 ‘기상천외한 재테크’라며 몸집을 불려온 리셀 시장. 그러나 정가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을 둘러싸고 위법 여부와 과세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순식간에 2만원 이득…수익 온전히 판매자 몫
브랜드에서 새로 발매하는 ‘한정 수량’의 제품을 아무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
브랜드는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추첨하는 ‘래플’ 또는 ‘드로우’를 통해 구매자를 선정한다. 발매된 제품은 온라인 리셋 플랫폼이나 중고거래 앱을 통해 거래한다.
해당 제품이 발매되는 날 리셀 플랫폼은 분주해진다. 구매자는 얼마나 올려 팔지, 판매자는 얼마의 웃돈을 줘야 할지 서로 ‘간보기’를 하는 것. 이른바 ‘플미(프리미엄)’이라 불리는 리셀의 수익은 몇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고아영(24세·여) 씨도 리셀 플랫폼을 통해 거래한 경험이 있다.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한 그는 “내가 산 제품의 플미는 15만원”이라며 “제품 정가의 두 배를 주고 산 셈이다”라고 전했다.
제품 구매는 ‘선착순’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한 의류 브랜드의 선착순 운동화 구매에 참여해봤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 행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자 해당 브랜드의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했다. 구매창이 아닌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위해 8분의 시간을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재고는 남아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색상과 사이즈의 제품을 9만 9000원에 구매한 후 곧바로 중고 거래앱과 리셀 플랫폼에 접속했다. 10시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제품 가격은 12만원대로 뛰어있었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기 전에 빨리 구매 계약을 맺거나 11만원대의 가격을 제시하며 판매자를 찾아 나선 구매자들도 있었다.
리셀 플랫폼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앱의 상황 역시 비슷했다. 해당 제품을 시세에 맞게 판매하면 최소 2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소득은 온전히 판매자의 몫이 된다.
똑같은 플미인데... "리셀은 되고 암표는 왜 안되죠?"
리셀로 얻은 수익에 세금은 붙지 않는다. 현행법상 해외 통관 제품에 ‘플미’를 붙여 판매하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다. 여기서 논란은 발생하는 것.
일각에선 리셀러와 암표상을 비교해 따지기도 한다. 콘서트 티켓이나 스포츠 경기 티켓은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나 해당 경기의 가치가 높을 수록 암표의 가격이 올라간다.
결론적으로 똑같이 웃돈을 물려 파는 것이지만 암표상에 대한 인식은 리셀러와는 현저하게 다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 티켓의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고 판매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플미충’이라는 말까지 존재한다.
김서경(24·여)씨는 “(아이돌의 경우)아티스트를 너무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용해 판매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놀랍게도 구매자가 티켓을 선점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거액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플미충들을 근절하기가 힘든 이유”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미충’을 단속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왔다.
SNS 이용자들은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을 포착해 경찰이나 아이돌의 경우 해당 소속사에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거래되는 암표는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최근 이런 흐름을 반영해 공연법 일부가 개정됐다. 기존 ‘경범죄 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던 암표 판매 문제는 공연법 제2장 제4조의 2를 따르게 됐다. 온라인 암표 거래는 처벌할 근거가 생기는 동시에 오프라인 거래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규제공백은 맞아…폭리 막을 방법 없어
시장이 활성화된 정도에 비해 리셀러들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암표상처럼 폭리를 취한 것은 마찬가진데 재테크의 일환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는 것.
김철환(26·남) 씨는 "한정판 운동화든 티켓이든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서 품귀현상을 보이는 것"이라 전했다.
백지원(24·여) 씨 역시 "현상 자체는 문제 될 것 없지만 수익에 대한 과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앉아서 돈 버는 것인데 관대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덕명법률사무소 현창윤 대표변호사는 “티켓이나 입장권의 경우, 구매한다고 해서 해당 공연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공연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리셀러와 암표상을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폭리를 취하는 리셀러들을 규제할 법안에 공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 변호사는 “리셀로 취한 이득은 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고 여부는 알 수도 없고 신고할 방법도 따로 없다. 때문에 단속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