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의 금리와 인플레이션 하락에 추세가 형성되고 있단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는 부정적 관측이 섞여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회복을 우려하는 시각이 확산한다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약세가 나타난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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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9%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1.4%대로 내려온 건 지난 3월 3일 이후 처음이다. 3월 말 1.8% 가까이 치솟았던 금리는 횡보하다 지난달 중순 이후 눈에 띄게 하락해 이날 1.4%대를 기록했다. 같은 날 10년물 BEI는 2.32%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연초 2.0%대에서 시작해 상승하다 5월 중순 이후 상승 추세가 꺾였다.
주식시장에선 금리 상승에 연동되는 경기민감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9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 하락한 가운데, 업종별로는 금융(-1.1%)과 산업재(-1.0%), 소재(-0.8%) 등이 지수를 끌어 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0.26% 상승했지만, 기계(-3.31%), 은행(-1.84%), 건설업(-1.41%), 보험(-1.23%) 등 경기민감 업종은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 반대로 금리 하락이 호재인 서비스업(+2.21%)은 이날 오른 업종 중 상승률이 가장 컸다.
◇ “금리 하락 BEI 하락이 이끌어…유가 상승하지만 ‘백워데이션’”
BEI와 함께 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것은 연초 인플레이션에 불안해하던 시장을 달래려는 연준의 의도가 먹힌 것을 넘어, ‘일시적 인플레이션’도 충분히 흡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년물 국채 금리에서 5년물 국채 금리 값을 뺀 5Y5Y 선도 인플레이션(5-year, 5-year forward Inflation)은 5월 11일 2.38%를 고점으로 9일 2.23%까지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생각을 반영한다. 문제는 동시에 5년물 BEI도 지난달 18일 2.72%에서 9일 2.41%까지 하락했다는 데 있다.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이미 채권시장은 모두 반영했다는 의미이며 이 이상은 어렵다고 보는 셈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년물 BEI조차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는데, 실제 물가의 선행지표인 기대 인플레가 금리에 충분히 선반영됐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경기순환적 요인이 강하다는 연준의 입장을 고려해 실제 물가 정점을 확인하기 전 인플레 기대부터 고점 확인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유동성이 투자할 곳을 못 찾는 가운데,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흐름도 포착된다. 9일 미 국채 10년물 응찰률은 2.58배를 기록해 지난 7월 이후 가장 견고한 수요가 확인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하락을 이끄는 요인은 BEI인데,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내린 것은 휘발유 가격은 횡보인데다 선물시장에서 유가가 백워데이션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자산배분 관점에서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박스권을 보이면서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 미중 갈등 격화 시 성장 둔화 시각 확산될 수도
이는 공급 병목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등으로 성장이 애초 전망에 비해 약한 게 아니냔 의구심과 연관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1분기 실적 발표 때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3년에나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얼마나 뛰어넘었느냐를 나타내는 미국의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지수는 올초 100에서 0까지 하락했다. 생각지도 못한 성장은 아니란 얘기다.
여기에 미중 갈등이 더 심해지면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단 진단도 있다. 지난 8일 백악관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필수 광물 및 제약 등 4가지 핵심분야에 대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미국 상원에선 2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혁신 및 경쟁법이 통과됐다.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가 신공급망 구축을 통해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강한 경기확장 사이클을 예상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 확산, 특히 미국의 신공급망 구축 전략 등으로 미중 갈등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적 갈등으로 확산되면 예상 외 경기 충격을 줄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리 하락 지속이 현 시점에선 더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 완만한 금리 상승 흐름이 오히려 위험자산 시장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성장 우려에 BEI 하락이 지속되면 성장주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명목 금리 하락 폭이 더 약하거나 박스권에 있을 때 실질 금리를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질금리로 쓰이는 물가연동채(TIPS) 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BEI를 뺀 값이다. 미국 5년물 TIPS 금리는 5월초 -2%까지 하락했으나 9일 -1.71%까지 상승했다. 올 하반기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신호가 예정된 상황이라 이에 앞서 실질 금리가 상승한다는 관측도 있는 상황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이 문제가 되는 건 실질금리 반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며 “보통 금리가 빠지면 성장주에 좋은데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