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류 업계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에 힘입어 가상 착용(virtual fitting)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가 비대면으로도 제품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상 착용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완성도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가상 착용 서비스도 가속화
가상 착용 서비스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다양한 제품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체형 정보를 직접 입력해 별도 아바타를 생성하거나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의 전신이나 신체 일부를 인식해 제품을 실제로 착용한 것 같은 이미지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매김한 점도 가상 착용 서비스 시장에 영향을 줬다. 액세서리·안경·신발 등 오프라인 구매 비중이 높던 제품군에서도 가상 착용 서비스를 제공해 온라인 구매를 유도하는 것.
안경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라운즈'는 2018년부터 비전(Vision) 인공지능(AI) 기술과 AR 기술을 활용한 안경 가상 착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면 쇼핑이 익숙했던 안경업계도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았으나 가상 착용 서비스를 돌파구로 삼았다.
해당 서비스 기술을 개발한 딥아이 관계자는 "기존엔 (라운즈의) 선글라스 판매량이 안경테 판매량보다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며 "안경점을 방문해 안경을 맞추는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쇼핑의 영향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가상 착용 서비스는 패션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로이드·골든듀(주얼리)·슈독(신발) 등의 업체도 올해 1분기 새롭게 가상 착용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국 IT 기업 아마존은 지난 4월 자체 미용실 '아마존 살롱'을 열겠다고 발표하며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거울로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미리 감상할 수 있다고 알렸다.
소비자 “간편하게 착용해볼 수 있지만 완성도 아쉬워”
가상 착용 서비스를 경험한 20대 소비자는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간편함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접 착용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의 차이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라운즈 앱을 이용한다는 이재옥(26·남)씨는 "다양한 스타일을 짧은 시간 내 간편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평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스타일이 달라) 써 보지 않았을 안경도 가상으로 마음껏 착용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안경이 콧대에 닿았을 때 생기는 높낮이처럼 직접 써 봐야만 하는 요소가 있는데 그런 세부 사항까지는 알기 어렵다”며 “가상 착용으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른 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온라인 쇼핑을 즐겨 하는 박상혁(25·남)씨도 의류 가상 착용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지만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아바타가 다소 어색해 보여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일반화 할 가능성이 큰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완성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해외 직구(국내 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외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행위)처럼 물리적인 착용이 불가능한 경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딥아이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최대한 실제와 비슷한 착용감을 구현하기 위해 안경의 착용 위치나 테 길이를 조정할 수 있는 세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 착용을 가능케 하는) 내부 기술 자체도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해당 기술이 최고의 성과를 보일 수 있으려면 PC나 스마트폰 등 사용자가 사용하는 기기의 사양 또한 중요하다"며 "내·외부의 기술 수준이 함께 올라간다면 조금 더 만족할 수 있는 가상 착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누구나 정교한 아바타 가질 수 있는 플랫폼 마련 필요”
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가상착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술은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랐다”며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제표준화기구 의류치수체계 기술위원회(ISO/TC133) 내 '디지털 피팅(digital fitting)'을 다루는 2워킹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의류업계 내) 가상 착용 서비스를 실행하려면 많은 고객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고객들이 입어볼 수 있는 의상도 모두 디지털화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한 사람이 한 벌을 가상으로 입어보는 기술을 구현하는 건 가능한 단계지만 (플랫폼 마련 없이는) 결국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현재 수준의 가상착용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 접근성만을 고려해 단순히 치수를 입력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아바타를 너무 쉽게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쉽게 만드는 서비스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어떤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가치 있으려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