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지난 28일 한 언론 매체가 ‘대통령 선거 전 담뱃값 인하 약속한 문 대통령, 또 공약 깼다’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이같이 반박했다.
해당 매체가 문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한 내용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 2017년 1월 나온 문 대통령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날, 문재인이 답하다’에 담겼다.
문 대통령은 이 대담집에서 “담배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이기도 한데 그것을 박근혜 정권이 빼앗아 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뱃값을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들에게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는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내용만 두고 보면 박근혜 정부의 담배 가격 정책에 대한 원론적인 비판이지, 담뱃값 인하를 약속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찬성 입장이라고는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된 현재 담뱃값을 올린다면 ‘말 바꾸기’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된다.
◇ “담뱃값 인상 못 막아 죄송합니다”
문 대통령은 6년 전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경선에 출마한 뒤 찾은 전북의 전통시장에서 한 할머니로부터 “담뱃값이 올라 힘들다”는 불만을 듣기도 했다. 이에 문 후보는 “우리 당이 담뱃값 인상을 막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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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담뱃값 인상의 주역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7년 야당이 되자 담뱃값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부자 증세’에 맞서 서민 감세를 내놨는데, 그 대상이 담배였다.
홍준표 당시 대표의 ‘대선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윤한홍 의원은 “가격 인상 후 금연 효과는 없고 국민 부담만 늘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자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들이 내세웠던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야당 가운데 바른정당(국민의힘 전신)도 “코미디”라며 “지금은 국민 건강이 나빠져도 괜찮나. 문재인 정부 흔들기 수단으로 들고 나온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 담뱃값 인상 간보기?… “후퇴 아냐”
과거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이유로 단행했다가 정권이 바뀌면 ‘서민 증세’라고 비판하는 정쟁거리로 전락했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발표한 ‘예고’에 여론이 들끓고 야당이 반발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화들짝 놀란 이유이기도 하다.
여 보좌관은 “담뱃값 인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복지부의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는 국민건강을 위한 중요한 정책 방향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담뱃값 인상만 부각됐고 총리, 복지부, 여당이 일제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발표안이 담뱃값 인상에 대한 여론 떠보기라는 시선을 의식한 듯 “아니기 때문에 아니라고 한 거다”라며 “후퇴가 아니다”라고 재차 밝혔다.
여 보좌관은 “‘건강증진계획’은 10년 단위 계획”이라며 “금연 정책은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이 있다”며 전문가들과 오랜 연구 끝에 자세히 담았는데 정작 주요한 대책들은 어디 가고 하지도 않은 ‘담뱃값 인상 발표(?)’만 남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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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담뱃값이 우리 돈 70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현재 4000원 정도인 담뱃값을 인상하고 주류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러한 발표 직후 곧바로 담뱃값이 오르는 건 아니라지만, 국민에게 ‘담뱃값이 2배 가까이 오른다더라’라는 혼란을 불러온 건 분명하다.
이스란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28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담뱃값 인상 방안에 대해 ‘방향성’일 뿐이라며, 여 보좌관과 마찬가지로 10년 계획임을 강조했다.
이 국장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 간보기 아니냐’는 질문에도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고 추진 계획도 없다. 이게 정부의 답변”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올해나 내년 상반기에도 인상은 없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