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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서울 관악구(갑)에 출마한 김대호 미래통합당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이 나온 후, 누리꾼 ‘Vo***’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사진과 함께 올린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 가사 일부다. 이 누리꾼은 ‘거친 생각’의 김 후보와 ‘불안한 눈빛’의 김 위원장, 두 사람 사이에서 ‘그걸 지켜보는’ 나경원 서울 동작구(을) 후보라고 해석했다.
사진은 문제의 발언이 나오기 전날의 모습이지만, 김 후보 이후 차명진 경기 부천시(병) 후보의 ‘세월호 텐트’ 막말까지 이어지면서 급기야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통합당의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 반쪽짜리 사과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김 후보의 세대 비하 발언과 차 후보의 세월호 텐트 성행위 막말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며 “이 당에 온 지 열 하루째다. 이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건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연단에 서서 기자회견문을 읽으며 세 차례나 허리를 숙였고 ‘사과’, ‘송구’, ‘죄송’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 사용했다.
하지만 막말파동의 주인공인 김 후보는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자신의 발언이 오히려 “노인 공경 발언”이라며 당의 최고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반발했다. 김 후보의 며느리는 “아버님은 표면이 아주 거친, 다듬어지지 않는 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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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차 후보에 대한 징계를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탈당 권유’로 결정했다. 당 윤리위는 차 후보가 상대 후보에 맞서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 점을 고려해 열흘 내 탈당토록 권유한다고 밝혔다.
제명은 윤리위 결정 이후 최고위원회에서 최종 의결하지만 탈당 권유는 윤리위 결정만으로 확정한다.
이에 김 위원장은 10일 “윤리위 결정이 한심하다”며 “여전히 차 후보를 통합당의 총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당내 엇박자를 보였다.
◇ 총선 막판 뒤집을 ‘막말’ 변수
지난 10일 사전투표를 시작했지만 김 후보와 차 후보는 지역구를 지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의 이름은 이미 투표용지에 인쇄가 되어 있다.
김 후보의 경우 제명 처리됐기 때문에 후보 등록도 자동 무효가 된다. 김 후보에게 투표하면 해당 표는 무효처리 된다. 오히려 불복 입장을 고수하면 유권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다만 차 후보는 통합당의 탈당권유를 선거일 당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통합당 후보로 4·15 총선을 치를 수 있다. 통합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때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차 후보가 탈당 권유를 받은 날로부터 닷새 남은 총선 전까지 탈당 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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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여유를 즐길 순 없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180석을 얻지 못하면 우리 미래는 없다”고 몰아붙였지만, 결과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한 석 차이로 이겨 제1당으로 올라섰다. 당시 변수는 국민의당의 선전이 꼽혔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자 서울 종로구 후보는 지난 9일 통합당 막말 논란과 관련해 “저와 한솥밥을 먹는 민주당 사람들도 막말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제가 안다”며 “한 분 한 분 말조심하고 혹시라도 마음에 미움의 싹이 있지는 않은지 항시 되돌아보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 스스로 먼저 경계하면서 한없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다는 다짐을 여러분 앞에 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