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新技邦記]똥을 장악하는 자…건강을 지배한다

정다슬 기자I 2019.01.27 00:30:00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보고서
자연출산, 모유수유가 아이 장내 건강에 도움 돼
건강한 똥 다른 사람에게 이식…''똥은행''도 등장

[그림=픽사베이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똥이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것입니다. 설령 애가 없는 집이라도 화장실에서 변을 본 후, 자신의 똥 색깔, 무른 정도 등을 보면서 건강을 체크해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똥이 중요한 것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장에서는 유산균, 유익한 대장균 등 이른바 ‘유익균’이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 대장균 등 ‘해로운 균’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살고 있습니다. 유익균은 음식물을 발효시켜 소화를 돕고 해로운 균을 번식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항생제를 먹거나 육류 등만을 즐겨먹는 치우친 식습관을 가진 이들은 유익한 균이 성장하지 못합니다. 어떤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건강 상태, 면역력 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제2의 게놈 프로젝트’라고도 불립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일찍감치 인식한 미국은 2008년 국가 차원에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를 시작, 인간과 함께하는 미생물 전체의 지도를 그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미생물 지도를 그리면 유전자정보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질병에 대해서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세균은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암연구 UK’는 대장암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미국의 프로젝트 연구팀에 25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유익균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까요. 많은 연구결과들은 한 사람의 장 내 건강을 좌우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다고 합니다.

쿼드람 인스티튜트 바이오사이언스의 미생물 연구 책임자 린지 홀은 자연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아이보다 장 내 미생물 수가 더 많다고 밝혔습니다. 흔히 비피더스균으로 불리는 ‘비피도박테리움’ 역시 모유를 섭취한 아이에게서 주로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좋은 똥은 좋은 약(?)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건강한 사람의 똥을 다른 사람의 장에 이식해 그 안에서 건강한 미생물을 배양시켜 대장염 등을 치유하는 ‘대변이식술’은 이미 의학계에서는 효능을 공인받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똥’을 산업화하는 사업들도 많습니다. 2013년 미국에서는 대변은행인 ‘오픈바이옴’이 문을 열었습니다. ‘건강한 똥’을 기부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일명 ‘똥은행’입니다. 이런 똥은행은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으로 확신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6월 김석진좋은균연구소가 ‘골드바이옴’을 열었습니다.

단돈 10만원으로 내 몸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주는 기업도 있습니다. 미국 유바이엄(Ubiome)은 똥을 면봉에 조금만 묻혀 보내주면 미생물 구성을 분석해 몸 상태, 질병, 면역력 여부 등을 알려줍니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주만에 35만달러를 모았습니다. 이후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22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라파엘 켈만 의사가 창안한 이 다이어트는 식이요법을 통해 위장에서 건강에 해로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유익한 미생물을 길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내 몸안 마이크로바이옴을 확인할 수 있는 키트인 ‘스마트플루’ 제품 모습. [사진=유바이옴 홈페이지 캡처]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