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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알리바바 온·오프따라 구글까지…리테일전쟁 출격

오현주 기자I 2019.01.09 00:12:00

온라인 유통공룡들의 ''오프라인 식욕''
O2O 바닥 드러내자 O4O로 눈돌린 것
10년내는 온·오프 하나된 ''온라이프''로
▲온라인 쇼핑의 종말|바이난트 용건|460쪽|지식노마드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의 이동식 팝업매장 ‘보물트럭’. 2016년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선보인 후 최근 LA·샌프란시스코·뉴욕 등과 영국 런던·맨체스터 등을 포함해 40여개 도시를 다니며 오프라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저자 바이난트 용건은 10년 내 온·오프라인이 하나가 되는 ‘온라이프 리테일’이란 새로운 경제질서가 열릴 거라 단언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밀레니얼세대(1980∼1995년생)가 결정적으로 뒤바꾼 건 ‘라인’이다. 오프가 온이 되는 스위치를 켠 순간 장바구니에도 신호가 들어왔다. 온라인 쇼핑 말이다. 이른바 ‘네트워킹’, 말이 통하기가 무섭게 물건부터 사고팔게 된 거다. 때마침 이들에 부응하는 업체가 나서줬다. 미국의 아마존(1994). 중국의 알리바바(1999). 책은 서점에서만 사는 줄 알았던 이들에게, 물건은 시장에 가야만 살 수 있을 거라 했던 이들에게 두 업체는 온라인에서 호객행위를 했다. 그렇다고 책 팔고 옷가지 파는 전통적인 쇼핑리스트만 만든 것도 아니다. 영화·TV·비디오·음악 등 스트리밍서비스를 앞세워 포토뱅크·프린트, 대금결제, 앱스토어, 채팅서비스까지 온라인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걸 끌어다 파는 거다. 홈스피커는 뭐 덤이고.

그러던 그들이 호시탐탐 오프라인을 넘보기 시작했다. 2016년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를 처음 선보인 아마존은 2021년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2017년엔 유기농식품업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더니 이젠 주유소사업까지 넘볼 태세다. 알리바바도 엉덩이를 들썩이는 중이다. 2016년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성을 덥석 물었다. 알리페이란 결제시스템을 통해 현금거래가 많은 중국인 고객들이 기꺼이 휴대폰으로 흘리는 데이터까지 확보하는 영리함을 보이고 있다.

사실 온라인 공룡들이 자랑하는 ‘오프라인 식욕’은 이제 놀라울 것도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온라인만으론 먹을 게 부족하니까. 그들을 초고속 성장으로 이끈 O2O(online to offline)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자 O4O(online for offline)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다. 온라인 고객 정보와 자산을 토대로 사업영역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투 트랙’ 전략인 거다. 온라인에서 확보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데려다 놓고 해결이 안 되는 건 오프라인으로 갈아타 처리하는, 말 그대로 ‘리테일혁명’.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닌가 보다. 이건 어디까지나 어제의 상황이고 오늘부턴 전혀 다르다는 건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따지는 일이 ‘전근대적 발상’쯤 될 거란 얘기다. 어째서? 온라인·오프라인이 하나 되는 ‘온라이프(onlife) 리테일’이 시작되니까.

△아마존·알리바바가 오프라인 기웃댄 이유

네덜란드 미래학자로 유럽연합에 e-커머스 집행위원회를 공동창설한 저자의 주장이 그렇다. 리테일산업과 서비스분야가 온라이프 리테일에 완전히 넘어갈 거란다. 그것도 10년 내에. ‘온라이프’의 특징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채널과는 더 이상 별 관계가 없다는 것.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뒤섞인, 어찌 보면 손에 쥐고 다니는 모바일과 같은 찰떡 결합을 말한다.

저자가 ‘새로운 경제질서’라고까지 추켜세운 온라이프 리테일은 그 온라이프가 지배하는 글로벌 쇼핑현장을 의미한다. 4가지 형태의 ‘경제’가 연합해 거대한 비즈니스를 형성한다는데. 스마트경제, 공유경제, 순환경제, 플랫폼경제다. 서로 붙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움직이기만 해도 막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들 말이다. 약간의 장식이라면 클릭 없이 구매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을 거고, 로켓배송이 당연한 옵션이 될 거란 정도. 다 들어본 얘기인 듯하지만 눈여겨볼 건 이거다. 닳아빠진 오프라인에 온라인만 얹는다고, 뒤죽박죽 온라인에 오프라인만 심는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거다.

다시 말해 온라이프란 것도 손에 뭘 쥐고 있어야 나오는 그림이란 소리다. 언제든 꺼내 공략할 수 있는 온라인 고객 데이터, 세를 실체로 과시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등. 결국 세계 전자상거래를 좌지우지하는 온라인 기업들이 엄청난 관리비·운영비를 쏟아부어가며 오프라인에 숟가락을 얹은 행위가 바둑판을 뒤엎을 포석이었단 거다.

비단 아마존과 알리바바만이 아니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등 ‘글로벌 쇼핑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혁명을 넘어선 ‘리테일전쟁’은 이미 벌어졌다.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이 전쟁판에 대놓고 기웃거리고 있는 또 다른 강자는 ‘구글’이다. 강력한 무기던 검색엔진을 아마존이 넘보고 있는 상태, 이미 독일에선 아마존이 최상위 리테일러 검색엔진이라니,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단 위기감이 생겼을 거다. 실제 저자는 두 해 전쯤 에릭 슈미트 등 구글 중역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고민을 들었다고 귀띔한다. ‘투자수익이 최초로 제로가 되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하지만 이건 예고편. 연달아 “수년 내 구글이 전례 없을 커다란 규모의 리테일러가 될 것”을 확신했다는 얘기를 붙여 분위기를 바꿔 버렸다.

△닥치고 리테일…‘온라이프’!

원제까지 ‘온라인 쇼핑의 종말’(The End of Online Shopping)인 책. 자칫 온라인이 끝장나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갈 걸 암시했단 선입견을 주기에 딱 좋은 제목이 아닌가. 키워드인 ‘온라이프’란 개념에까지 오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린다. 라인만 연결하면 거울·싱크대와도 대화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확장판’처럼 여겨지는 탓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행간에 더 강력한 역설을 숨겨놓은 셈이고. 460쪽 방대한 분량에는 ‘4차 산업혁명’에서 다룰 웬만한 얘깃거린 다 들어 있다. 빅데이터, 가상현실, 인공지능, 3D프린팅, 로봇 등등. 방점만 달리 찍혔다. ‘쇼핑 트렌드의 변화’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 같은.

그럼에도 소비자는 멀찌감치 제쳐놨다. 금융위기 같은 경제변수도 빠져 있고 변덕같은 정치변수는 굳이 살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리테일만 봤다. 생산자를 바꾸는 소비자로 인해 공유경제가 활성화되고,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등장할 거라지만, 그저 책에서 소비자는 온라이프의 들러리처럼 보인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필요에 부합한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처럼 읽혀서다.

결국 돌아보게 되는 건 ‘한국 상황은?’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그러다가 ‘온라이프’란 참 여유로운 간판을 달고 공략해오는 글로벌 리테일 세력을 어찌 막아낼 건가. 게다가 “내년이나 다음 주가 아닌 바로 오늘, 바로 이 순간부터”라고 하지 않나. 숙제가 하나 더 생겼다. 이번엔 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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