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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북 예술단이 26년 만에 러시아 사할린에서 만났다. 그러나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처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 합동공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18일 오전 러시아 사할린 소재 ‘러시아는 나의 역사 박물관’ 앞 광장에서 ‘2018 사할린 광복절 행사’가 열렸다. 사할린주한인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사할린 동포들의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리고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는 뜻에서 남북 예술단과 사할린 지역 예술단체가 함께 꾸미는 합동 공연으로 마련됐다.
남측에서는 국립국악원, 북측에서는 삼지연악단과 모란봉악단 단원으로 구성된 ‘통일음악단’이 대표 예술단으로 무대에 섰다. 사할린의 에트노스예술학교 학생들도 함께 올랐다. 현장에는 약 5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1992년 남북의 대중가수들이 함께한 ‘통일예술축제’ 이후 26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 합동공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국립국악원에 이어 무대에 오른 북측 통일음악단은 사전에 주최 측과 합의하지 않은 체제 선전 노래를 불러 남북 합동공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들은 북한 노래 외에도 전통 민요와 러시아 노래, 장구춤과 부채춤 등을 선보였다.
국립국악원에 따르면 남북 예술단은 전날 진행한 리허설에서는 공연 마지막에 ‘아리랑’을 합창하기로 했으나 본 행사에서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북측에서 “남한에서 하는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남측과 협의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의 답변을 행사 주최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주최 측은 행사가 끝난 뒤 남측에 말한 프로그램과 다른 방향으로 공연이 흐른 것에 대해 국립국악원에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당초 공연의 마지막에 남측과 북측이 ‘아리랑’을 합창하기로 했던 부분은 이날 성사되지 못했지만 현지 동포를 포함해 유즈노사할린 시민 등 약 5000여 명의 관객들은 남과 북의 공연에 환호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첫 문은 국립납도국악원 기악단과 무용단이 열었다. 그동안 국립남도국악원과의 전통 문화 체험 사업으로 교류가 있었던 에트노스예술학교 학생들과 함께 흥겨운 ‘길놀이’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반주와 함께 유지숙, 김민경 명창의 ‘서도소리’로 구성진 노랫가락을 들려줬다. 국립남도국악원의 신명나는 ‘판굿’과 ‘진도북춤’이 이어지면서 객석을 가득 메운 현지 동포들의 흥을 돋우었다.
한편 국립국악원은 19일 사할린 주의 대표적인 탄광촌이었던 토마리 시에서 진행하는 강제징용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참여해 현지 동포들과 전통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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