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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데일리가 최근 8년간(2010년 8월~현재) 17개 국내 은행장 58명의 평균 재임기간을 분석한 결과 38.5개월로 나타났지만 시중은행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31.2개월로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의 평균재임 기간이 각각 73.2개월, 45.1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장의 임기는 대체로 2년가량으로 추정된다. 미국, 일본 등의 투자은행 CEO의 임기가 평균 4~6년에 이른다는 점에서 국내 은행장은 거의 얼굴마담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시중은행장 중 임기가 가장 짧은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장의 임기는 1년으로 농협손해보험, 농협생명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CEO와 같다. 김용환 전 회장 재임시절 수익극대화 차원에서 1년마다 성과평가를 통해 연임여부를 판가름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사 전환에 따른 지배구조가 은행장들의 임기를 단축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장의 임기 역시 기존보다 1년 줄어든 2년으로, 각 지주사 회장보다 1년 짧다. 업계에서는 지주사 회장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은행장 임기를 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힘이 대등할 때 빚을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한다.
문제는 연임을 위한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실적에 치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부실이 발생하거나 디지털, 글로벌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차원이라고 하지만 은행장의 임기가 짧을 경우 장기적인 경영전략 부재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며 “지속가능한 내부통제와 장기적인 은행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은행장의 연임·재연임에 대한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