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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직장인 김재현(52)씨는 최근 두 번째 폐암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일전에 폐에서 암을 발견하고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폐의 다른 부위에서 새로운 암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폐암 수술과 광역학 치료(레이저로 기관지에 국한된 암을 치료)를 받으며 계속해서 병원에 다니고 있는 김씨. 어릴 적 흡연을 일찍 시작하고, 직장생활에서 과로에 시달리며 매번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담배를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과거 기침을 하다 피를 토하는 등 폐암의 진행이 의심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암을 악화시킨 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토로했다.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는 우리가 생각하는 크기보다 더 큰 장기로, 폐암이 완치됐다 하더라도 폐의 다른 부위에서 새로운 암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폐암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지만, 이미 진행됐을 경우에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남녀 모두에서 암 사망률 1위
폐암은 수년 전부터 한국인의 암 사망원인 1위다. 특히 최근에는 비흡연자 및 고령의 폐암환자도 늘어 이러한 악화 추세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11일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폐암의 발생률은 위암과 대장암, 갑상선암에 이어 4위다. 특히 폐암의 사망률은 주요 암 중에서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한다. 또한, 폐암의 생존율은 35.6~64%로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폐 내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에 폐암 초기에는 암이 생겼더라도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기침을 오래 지속하거나 피 섞인 가래,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면 이미 어느 정도 폐암이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여성 환자일 경우 유방암, 갑상선암 등을 검진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흉부 CT 검사 중에 무증상 폐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현재 흡연자이거나 과거에 장기간 흡연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폐암을 의심할 만한 증세가 있으면 즉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흉부 엑스선 촬영 △객담 세포진 검사(가래 안 폐암 세포 여부를 확인)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CT) △기관지 내시경 검사 △경피적 세침 생검술(바늘로 얻은 폐 조직 검체를 이용한 조직학적 검사) 등을 통해 폐암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윤호일 교수는 “폐암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전문의를 통한 조직검사”라며 “우선 조직검사로 암이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고, 진행됐을 경우 PET-CT(폐암의 병기를 결정하는 검사)를 추가로 거친 후 암의 진행 정도를 살펴 적절한 치료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가슴 일부만 여는 흉강경 폐절제술
폐암 초기에는 보통 암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절제 수술을 진행한다. 절제술은 절제하는 정도와 범위에 따라 폐엽절제술(폐의 한 엽 제거), 전폐절제술(한쪽 폐 전체 제거), 구역절제술이나 쐐기절제술(비교적 작은 범위 제거)로 나뉘는데, 이 모든 수술은 폐암 치료의 가장 중심이 되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가슴을 열고 수술하는 개흉술 외에도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흉강경 폐절제술을 다수 진행한다. 흉강경 수술로는 가슴 부분을 약 4~5cm만 절개하기 때문에, 절개 범위가 약 25~30cm인 개흉술에 비해 상처 부위의 미용상 이득뿐 아니라 수술 후 흉통 및 폐합병증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3차원(3D) 영상을 통한 흉강경 수술은 수술 화면에 원근감을 표현하며 집도의 수술 시야를 넓히고 정밀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또한, 흉강경 수술 후에는 환자의 폐 기능 재활에 집중하며 빠른 회복 및 조기 퇴원 등을 도모한다.
◇ 비흡연자도 피해갈 수 없는 폐암
폐암에서 가장 위험한 요인은 흡연이다. 매일 흡연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폐암 위험이 최대 80배 높다. 또한, 폐암을 예방하거나 이미 진행된 폐암을 치료하기에 앞서 금연은 필수다. 약 90%의 폐암이 금연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다. 환자가 흡연 중일 경우에는 수술 진행 자체가 어렵거나 치료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반면, 폐암은 비흡연자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 간접흡연자는 대체로 부류연(불에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에 많이 노출되는데, 몇 종의 발암물질들은 주류연(흡연자가 들이마시고 내뿜는 연기)보다 부류연에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흡연할 때 발생하는 독성물질이 실내 먼지, 벽지 및 가구 겉면 등에 흡착돼 발생하는 3차 간접흡연에 대한 주의도 높아지고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평소 담배에 노출되는 환경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폐암 중 약 10~20%는 흡연 외 환경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라돈이나 석면, 비소, 크롬, 니켈과 같은 중금속도 무시할 수 없는 폐암의 위험 요인이다. 직업적으로 중금속 물질이나 그을음 등에 호흡기가 노출될 경우 산업용 방진마스크 등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해 불순물이 기관지나 폐로 유입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