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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사업 맡은 재계 3·4세..무술년은 '능력 평가의 해'

윤종성 기자I 2017.12.04 05:01:00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투입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수장에
미래 핵심사업서 경영능력 시험대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기선, 구광모, 구본혁, 구본휘, 조현식, 조현범, 허철홍, 이규호, 이경후….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하거나 보직을 맡은 재계 3,4세들의 면면이다. 이들에게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경영권 승계에 한발짝 더 다가선 재계 3,4세들이 새로운 자리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오랜 경영 수업을 끝내고, 그룹 내에서 경영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업부장 맡은 구광모, 경영능력 시험대

3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상무는 LG전자(066570)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게 된다. 상무 4년차인 구 상무는 올해 LG 정기인사에서 전무 승진이 유력해 보였지만, 구 회장은 이번에도 아들의 승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LG 관계자는 “빠른 승진보다는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고,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더 수행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상무가 그간 지주회사인 (주)LG에서 시너지팀장(상무)으로 그룹의 미래사업을 들여다봤다면, 이제부터는 사업부장을 맡겨 경영능력을 시험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가 맡게될 ID사업부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B2B사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호텔, 스포츠 경기장 등에 들어가는 각종 광고판은 물론, 레스토랑에서 쓰이는 디지털 메뉴판 등도 ID사업부 영역이다.

LG전자 관계자는 “B2B사업의 경우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데다, 사업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사적으로 기대가 매우 크다”면서 “구 상무가 경영자로서 연착륙하기에 적합한 사업부”라고 말했다. 특히 LG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B2B부문, ID사업부, 에너지사업센터 등을 통합해 B2B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구 상무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경영 전면에 나서는 ‘정기선·조현식’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009540)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 동시에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또, 현대중공업의 선박영업부문장 및 기획실 부실장을 겸임하면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미래 핵심사업’도 책임진다.

기존 업무에 더해 계열사의 신사업 업무까지 맡으면서 경영 보폭을 넓힌 것이다. 사실상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수순에 들어갔다는 것이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부사장에게 있어 이번 인사는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검증이 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161390)의 3세 경영자들도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사장은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을 아우른다.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사장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한국타이어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조 사장은 M&A(인수합병)와 신사업개발을 통한 새로운 미래 사업 발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LS그룹 3세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전무과 구동휘 LS산전 이사도 이번 인사를 통해 각각 부사장과 상무로 승진했다. 구 부사장은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고, 구 상무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LS니꼬동제련에서 중국법인장과 전략기획부문장, 지원본부장, 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구 부사장은 지난 3월에는 LS니꼬동제련 사내이사로 선임돼 LS그룹 3세들 가운데 가장 먼저 등기임원에 올랐다. 1982년생인 구 상무는 2013년 LS산전 차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이사로 승진한 데 이어, 1년만에 상무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하고 있다.

◇LS· GS· 코오롱도 3,4세들 일제히 승진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인 허철홍 GS 부장은 상무로 승진해 GS칼텍스 경영개선부문장을 맡는다. 허 상무의 아버진인 허정수 회장은 허창수 회장 동생이다. GS그룹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광수 삼양인터네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 4세들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도 이번 인사에서 ㈜코오롱 상무로 승진했다. 2012년 차장으로 입사했던 이 상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그룹 주력 계열사를 거쳐 지주회사 상무로 승진하면서 경영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경후 상무대우와 그의 남편인 정종환 상무대우는 이번 인사에서 나란히 상무로 승진하면서 대우를 뗐다. 둘 다 상무대우로 승진한 지 8개월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그룹 인사를 보면 3,4세 경영인들이 대거 승진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점이 눈에 띈다”면서 “내년 재계는 차세대 주자들이 경영 능력을 검증받기 위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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