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정부가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이후 주택시장이 혼란스럽다.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무주택자들은 지금 집을 사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
최근 1~2년 새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주택시장이 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이 아닌 투기수요가 가세한 영향도 컸다. 20대 대학생부터 주부, 회사원이 가입한 투자 동호회에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gap)을 활용해 집을 사들여 매맷값 또는 전셋값 상승 차익을 보는 투자)가 성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17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공무원 워크숍에서 “새로운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계획 수립으로 바쁘겠지만 시기를 잘 조율해서 가족들과 즐거운 여름휴가를 꼭 보내라”고 당부하고, 자신도 휴가를 꼭 다녀오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약속대로 8월 첫째주 여름휴가를 떠났지만 지난 2일 부동산대책 발표를 위해 출근했다. 애초 8월 말 예정된 가계부채 대책 발표 시점에 맞춰 추가 부동산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주무부처 장관의 계획된 휴가까지 복귀시킬 정도로 8.2부동산대책은 긴박하게 발표된 것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제가 피자 한 판씩 쏘겠다”는 발언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제 관건은 8·2 부동산대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주택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고 투기세력을 뿌리 뽑을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크게 3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첫째 정부 대책의 약발이 먹혀 집값이 안정세를 찾는 것이다. 정부 기대대로 8·2대책이 대출·거래 등 전방위 고강도 규제 내용을 담으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조정을 받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3% 떨어져 작년 2월 마지막 주 이후 1년5개월만에 하락 반전했다.
두 번째는 8·2대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고,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지속하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강도 금융·세제 규제에도 불구, 시장 안정에 실패했던 전례와 지금의 상황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서 대체할 수 있는 공급대책이 없기 때문에 결국 강남 아파트값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 번째는 8·2대책의 틈새를 노린 풍선효과 확산이다.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고 부동산 외 대체투자처는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규제에서 벗어난 수도권 일부 지역은 투자수요가 몰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한 강남 부동산을 보유한 자금여력 있는 다주택자들은 8·2대책의 소나기를 버텨야 한다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한다. 강남은 수요가 많아서 버티는 사람이 결국 집값 상승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과거 학습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8·2대책이 5년 집권기간만 생각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가 되지 않으려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