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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시대 끝났다고?… 집값 오르니 전세 거래 늘어

이승현 기자I 2016.11.02 05:00:00

올 3월 이후 전세비중 커져..10월 70% 육박
집값 상승 지속되니 투자수요 주택 구매 나서
집값 떨어지면 ''깡통전세'' 속출할 수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지역 주택 임대차시장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점점 높아졌지만 3월 이후부터는 반대로 전세 계약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성북구와 강서구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났던 ‘갭투자’(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을 끼고 최소한의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 수익 또는 시세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가 집값 상승세를 타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전세 거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세입자 부담이 월세보다는 덜한 전세 물량이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다소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도 “전세보증금이 가계빚의 또 다른 형태인 만큼 전세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이른바 ‘갭투자’가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갭투자 성행 지역인 성북구 길음뉴타운 전경. [사진=서울시 제공]
◇집값 상승 기대감에 ‘갭투자’ 성행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전체 전세비중은 지난해 10월 65.4%에서 올해 3월 61.9%로 줄어 최하점을 찍은 후 점차 늘어 10월 68.6%까지 높아졌다.

구별로 보면 금천구가 83.1%로 전세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강서(76.6%)·은평(75.2%)·영등포(73.5%)·양천(73.5%)·강북구(72.4%) 등도 70%를 넘었다. 올해 초까지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전세 공급이 줄면서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늘었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 수요가 갭투자를 통해 주택 매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갭투자는 쉽게 말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으로, 집값 상승기에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에서 많이 이뤄지는 부동산 투자 기법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가율이 높은 성북구와 강서구 등에서 갭투자가 성행했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적게 돈을 들여 아파트를 살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 이같은 현상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일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만 아파트 투자에 나서기엔 공급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치솟는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아파트를 사는 형태로 매매가 이뤄졌다면 최근 들어선 실수요자들보다는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진 투자 수요가 매매를 주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이 너무 비싼 강남권을 제외하면 1억~2억원 정도를 투자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아 갭투자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갭투자로 매매한 아파트가 늘면서 전세 공급이 함께 늘고 있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높은 전세가율을 활용해 기존에 갖고 있는 월세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목돈을 확보, 새 아파트 분양 등 다른 부동산 상품에 투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다주택자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새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며 “집값 상승기를 맞아 월세 수익보다는 향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입주 물량 많아 역전세난 우려…투자에 신중해야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경우 전세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8월 3.3㎡당 1800만원을 돌파한 후 지난달 초 1877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25개 자치구 중 절반이 넘는 14개구는 전 고점을 넘어 매달 최고가를 경신한 상태다. 전 고점을 넘은 구 중에서는 서초구만 강남권이고 나머지 13개구는 비강남권이다. 비강남권도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얘기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주택 공급 축소 방침과 강남권에 대한 규제 움직임,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당분간 집값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며 “가격 상승기에는 투자 수요가 아파트 매매에 나서는 만큼 전세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갭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로 매입해 전세로 놓은 주택이 집값 하락기에는 ‘깡통전세’(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내년과 2018년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게 되면 서울·수도권에 역전세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세입자 역시 전세가율이 너무 높은 아파트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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