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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살사에 빠지다

이성기 기자I 2016.04.23 06:30:00

살사동호회 강남·홍대 지역 중심 서울에만 10여곳서 성업
오프라인서 또래집단 만나는 사교의 장 역할도
"직장생활서 쌓인 스트레스 푸는 데 최고..비용도 저렴"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살사 클럽에서 동호회 회원들이 짝을 지어 라틴음악에 맞춰 살사 댄스를 추고 있다. 박경훈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지하. 화려한 조명 아래 150여 명의 남녀가 흥겨운 라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살사(Salsa) 댄스에 흠뻑 취해 있다. 3번의 스텝과 1번의 탭(tab), 남녀가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채 밀고 당기고 회전하며 격정적인 춤사위를 펼쳤다. 직장인 최모(31)씨는 “어려운 취업 관문은 뚫었지만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주말이면 ‘방콕’이 일상이 됐다”며 “이곳을 찾으면 직장 생활로 쌓인 피로를 한방에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살사에 빠진 ‘2030’ 세대들이 늘고 있다. 영화나 술, 등산 등 틀에 박힌 여가 생활에서 벗어나 억눌린 직장생활로부터 해방감을 찾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살사 동호회 시대가 열린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주 5일제가 정착되면서부터다. 살사 동호회 카페 1세대인 박진국씨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소규모로 알음알음 모여 살사 클럽이 운영됐다”며 “2000년 초반 포털을 통한 인터넷 카페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살사 동호회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지금은 서울 강남과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시내 10여 곳에 2000~3000명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사 동호회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비결은 다른 취미생활에 비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살사 클럽을 찾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흔히 ‘춤’하면 떠올리는 댄스 스포츠는 댄스화나 복장 등을 갖추기 위해 비용이 들지만 살사는 단돈 1만원의 입장료만 내면 청바지를 입고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2030 직장인들에게 살사 동호회는 매력적인 사교의 장이다. 이수진(37·여)씨는 “또래 직장 동료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고 육아 중이라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며 “미혼 직장인에게 이곳은 춤을 추며 다양한 친구를 사귈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16년차 살사 강사로 활동 중인 김보경(41·여)씨는 “단순하게 춤만 춘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어 취미 활동으로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춤의 특성상 이성 간 교감을 나눠야 하지만 ‘최소한의 선’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등 예의를 갖춰야 한다. 자칫 나쁜 소문이 퍼지면 기피 대상으로 찍혀 동호회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살사 스텝을 한번 배워 두면 세계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 살사 동호회원은 “흔히 남성들은 살사를 잘 못 춘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한국 남성들은 다르다”며 “해외 여행을 가서 현지 살사바에 들르면 한국 남성들이 주목받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는 “심지어 한국 남성과 살사를 추기 위해 중국과 일본에서 오는 여성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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