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타지 않는 영국풍 신사의 ''기함''
전통 유지했으나 시대흐름 일부 따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시대를 타지 않는 영국풍 신사를 위한 도로 위의 요트.’
재규어 XJ 시승의 처음과 끝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더 나아가 벤틀리, 롤스로이스 같은 최고급 세단에 마력·토크 같은 세세한 제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고급 감성이 어떤지 느끼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해 보인다.
시승 모델은 (가솔린) 3.0 슈퍼차저 프리미엄 럭셔리 LWB(롱 휠베이스)다.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1억4630만원이다.
 | 재규어 XJ의 고급 요트를 닮은 독특한 디자인의 에어컨 환풍구와 아날로그 시계.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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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운전대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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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주행모습.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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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주행모습.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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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뒷좌석 모습.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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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9~11인승 미니밴보다 길다. 기본형만 해도 차체 길이가 5m 하고도 12.7㎝를 더해야 한다. 그런데 시승한 LWB는 12.5㎝ 더 긴 5252㎜다. 동급 독일 고급 대형 세단 중 아우디 A8L(5265㎜)이 더 크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다. 장중(莊重)하다고나 할까.
운전석에 앉으니 요트가 연상된다. 핸들, 스피커, 에어컨 통풍구, 목재·가죽을 곁들인 실내 모든 것이 영화 속 고급 요트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쿠페 느낌의 미끈한 차체도 잘 빠진 요트를 닮았다.
시동을 켜니 다이얼 형태의 변속기가 솟아오른다. 메리디안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깊은 음의 음악도 심상찮게 들린다.
XJ는 오랜 역사가 있고 지금도 그 일부를 계승한다. 1966년 선보인 ‘XJ6 살롱’이 그 모태다. 이후 몇몇 영국 회사에서 포드로 다시 인도 타타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많은 흔들림이 있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영국 신사의 면모가 있다.
마냥 예스럽진 않다. 지금의 8세대 XJ는 2009년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부활시켰다. 엄밀히 말하면 이전 XJ와는 다르다.
디지털 계기판부터 첨단 주행 편의장치가 탑재됐다. 손을 가깝게 갖다 대기만 해도 열리는 보조석 수납함 개폐버튼이 이색적이다.
그래서 아쉽기도 하다. 곳곳에 숨은 세련됨이 오히려 어색하다. 유서 깊은 고급 대형 세단도 최신으로 치장하는 시대다. 그래도 재규어는 ‘너만이라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브랜드다.
배기량 3.0ℓ의 고성능 6기통(V6) 슈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폭발적이다. 재규어는 원래 자동차 경주에서 탄생한 모델이란 걸 새삼 느낀다. 2t 남짓의 육중한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5.9초다. 수치상으로도 동급 대형 세단보다도 힘이 좋다. 대신 연비는 8.4㎞/ℓ로 낮은 편이다.
굳이 고성능 차가 필요없는 마음씨 좋은 신사라면 다운사이징 모델인 2.0 터보 가솔린이나 고연비(12.4㎞/ℓ)의 3.0 터보 디젤을 추천한다. 안전을 중시한다면 뒷바퀴굴림(FR) 방식의 기본형보단 최고급 모델인 네바퀴굴림(AWD)도 있다.
참고로 재규어 XJ는 올 1~3월 총 109대 판매됐다. 이중 절반이 넘는 61대가 디젤인 걸 보면 영국 신사도 친환경·연비를 생각하는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재규어 XJ 디지털 계기판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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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의 디지털 계기판. 스포츠(S) 모드일 땐 사진처럼 붉은 빛을 띈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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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보조석 수납함 개폐 버튼.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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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보조석 수납함 개폐 버튼 작동 모습.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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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의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와 센터페시아 조작 버튼.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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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 엠블렘과 스피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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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 센터페시아의 다이얼식 변속 버튼과 컵 수납함.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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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규어 XJ의 다이얼식 변속 버튼. 시동을 커면 올라온다. 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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