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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신주의 혁파 넘어 금융혁신 시급하다

논설 위원I 2014.08.25 06:00:00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에 보신주의 탈피를 거듭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준공식에 참석한 뒤 부산 지역 중소기업인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정부는 금융회사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기술금융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며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창조금융 활성화 등 금융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신속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금융사들도 담보대출 위주의 보수적 대출 관행과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보신주의를 극복해 금융사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국과 금융권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담보와 보증, 우수기업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실물경제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금융권에 주문했고, 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들도 기술우수 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우대책을 속속 내놓는 등 적극 화답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우대 금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의 지나친 보신주의는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상 여신 가운데 담보·보증 대출과 신용대출의 비중이 2008년 50대 50에서 작년 58대 42로 벌어지는 등 중소기업이 대출받는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위험을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은행들의 행태가 대기업·우량기업에 대한 대출 쏠림으로 나타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비올 때 우산 뺏기’라며 반발하지만 금융업의 기본이 ‘고객 재산의 안전한 관리’라고 보면 이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부자나 대기업에는 좋은 조건의 대출을 넉넉히 해주면서 서민이나 중소기업에는 문턱을 높이는 행태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조장하는 행위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다. 금융권의 보신주의는 이처럼 양면성이 있는 금융업의 속성을 인정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보신주의 극복도 중요하지만 관치금융의 적폐를 해소하는 등 금융혁신을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밀고나가는 것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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