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민심르포-서울]‘소통’과 ‘포부’…서울민심의 선택은 누구

이도형 기자I 2014.05.19 06:01:00
새벽을 맞이하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선거철이면 후보들이 단골로 찾는 곳이다. 박원순 후보는 지난 16일 새벽 이곳을 찾았고, 정몽준 후보도 시장 출마를 선언한 지난 3월 방문했다. 사진=채상우 기자


[이데일리 이도형 정다슬 고재우 채상우 기자]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18일 두 번 마주쳤다. 두 후보는 아침 국민체육생활등산대회에서 나란히 앉았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화문광장에서도 얼굴을 맞댔다. 두 후보는 비슷한 장소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새벽에 박 후보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자 오후에 정 후보는 노량진에 있는 한 경찰학원을 방문했다.

선거기간동안 후보들의 동선은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후보등록 후 맞이한 첫 주말에 그 불문율이 깨졌다. 그만큼 두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데일리 기자들이 취재한 서울시민의 민심도 그러했다.

◇세대별로 갈리는 민심…키는 ‘40대’

서울시민의 민심은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명확히 갈렸다. 2030세대의 젊은 층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오승준(27)씨는 “박 후보가 소통을 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민교(32)씨도 “박 후보가 임기 동안 시민들이 알게 모르게 한 것이 많아 오히려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2030세대에서 정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500명/유무선 RDD/ 표본오차 95% ±4.4%p) 박 후보는 20대에서 68.3%, 30대에서 71.0%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정 후보(21.6%, 17.0%)보다 각각 46.7%포인트, 54.0%포인트 앞섰다.

전통적으로 여당 지지세를 보이는 5060세대는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이다. 같은 조사에서 정 후보는 50대에서 56.9%, 60대 이상에서 56.8%가 지지함에 따라 박 후보(33.8%, 20.0%)보다 각각 23.1%포인트, 36.8%포인트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안모(51)씨는 “정 후보가 시스템적으로 많이 활동했으니까 잘 꾸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파구 방이동에 산다는 채수옥(50)씨도 “서울시장은 뭘 하겠다는 큰 포부가 있는 사람들이 좋다”며 “경제성장으로 지역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세대와 5060세대로 뚜렷이 지지층이 나뉘면서 40대가 열쇠를 쥐고 있는 양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사건으로 희생된 고등학생의 부모세대 또래인 40대가 여당 반대성향으로 돌아서면서 전체 여론조사에서도 영향을 끼치는 형국이다. 여기에 정 후보 아들과 부인의 구설수까지 얽혔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세월호 참사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정 후보에 비해 10~2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택시를 모는 김현준(47)씨는 “아들이 아직 중학생이라서 세월호 참사가 남 일 같지 않다”며 “정 후보 아들도 그렇고 부인도 그렇고, 이럴 때 평상시 가정의 사고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부정적 의사를 보였다.

◇‘세월호 구설수’에 오른 朴지지… 무당층 선택이 변수

전통적 여당 지지층이라는 강남권에서도 여당 후보에 대한 비판이 엿보였다. 서초구에 산다는 김전희(46)씨는 “최근 강남지역 40대 여성들이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실에 산다는 조민영(21)씨도 “‘정치인들이 우리들을 의식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지하철 사고 당시 박원순 후보에겐 느꼈는데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선 못 느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만으로 박 후보의 승세를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의 감정은 드러냈지만 그것이 꼭 야당의 지지세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김점순(53)씨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다”며 “야당의 지지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여론조사상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20%에 달하는 무당파 지지층이 투표장에서 누구를 선택할 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시민 중 일부는 지지후보에 대해 ‘말해 줄 수 없다’며 본심을 내비치지 않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론조사에 제대로 응답을 안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는 쪽이 있을 수 있다”며 “지금 여론조사에 비해 여야 간극이 좁아진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연합 후보가 18일 북한산에서 열린 서울시장기 국민생활체육등산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사진=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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