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3월 29일은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출범한 날. SK텔레콤은 ‘디지털 사사(社史) 앱’을 만들고, 30년 고객에게 주식 1주와 1년 음성 및 데이터 통화요금도 면제혜택을 주는 등 축제분위기다.
KT(030200)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는 역사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도록 한 동지였지만, 물러설 수 없는 경쟁자였다. 누구는 SKT를 ‘스몰 KT(Small KT)’라 부르고, 다른 이는 ‘수퍼 KT(Super KT)’라 칭한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1994년 선경그룹(현 SK)이 한국통신공사(현 KT)의 자회사 한국이동통신 지분을 인수하면서 통신에 진출한 일과 △2002년 KT 민영화 때 정부 보유지분을 SK텔레콤이 전격 인수해 한때 KT의 최대주주(11.34%)됐다가 양쪽이 주식을 맞교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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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최태원 상무와 손길승 사장이 ‘통신사업 밑그림’을 그려왔던 SK는 신규사업자 선정보다 훨씬 비싼 돈(4171억 2000만 원)을 주고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만큼 당당하다.
하지만 KT는 알토란 같던, 황금알을 낳아 줄 자회사 한국이동통신을 넘기고, 3년도 안 돼 개인휴대통신(PCS) 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을 설립하게 됐다며 지금도 아쉬워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KT 민영화 역시 기억에 남는다. 정부 지분 28.4% 매각 뚜껑을 열자, SK텔레콤이 1대 주주(11.34%)가 됐다. KT 지분을 재벌 회사에 황금 분할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려던 정부는 충격을 받았다.
경쟁사가 KT의 최대주주가 돼 자사 경영권을 위협하는 걸 막기 위한 결정이었든(SK텔레콤의 주장), KT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잠재적 물량부담 이슈를 해결하려 했든(KT의 주장) 시끌벅적했다.
결국 SK텔레콤 보유 KT 지분 9.64%(1조 5천172억 원)와 KT 보유 SK텔레콤 지분 9.27%(1조 8천518억 원)가 맞교환되면서, KT와 SK텔레콤은 완전히 분리됐다.
이후에도 양측은 2009년 KT-KTF 합병과 2013년 차세대 LTE 주파수 할당 등을 두고 갈등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배려했다. 2013년 900MHz 황금주파수는 KT에 갔는데, SK텔레콤이 KT를 지원한 셈이었다. SK텔레콤 스스로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지만, KT 노조 시위 등 ‘후폭풍’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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