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카드사태 후속대책 신경써야"

신상건 기자I 2014.01.29 06:00:0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단 1명이 저지른 사건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뒤흔들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대체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심각한 점은 이 사태가 다른 업계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죠. 대체 몇 명이나 옷을 더 벗어야 할지 정말 걱정됩니다.”

보험사 한 임원에게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질문한 뒤 얻은 답이다. 최근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고객정보 유출이다. 카드사에서 시작했던 고객정보 유출의 불똥이 보험업계까지 튀면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사건 발생 초기 먼 불 구경하듯 안도하던 보험업계도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정책은 혼란마저 일으키고 있다.

처음에는 대출과 관련된 영업만 제한하겠다고 하더니 얼마 안 있어 카드·보험사들의 텔레마케팅(TM) 영업을 제한하고 나섰다. 이후 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부랴부랴 일부에 대해서 전화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태를 빨리 수습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비난의 화살은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 직후 각 금융사와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모두 국민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수습이 먼저라며 책임론은 시기를 미뤘지만 이제는 책임론이 거세질 때가 왔다. 이번 사건은 금융사와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정부의 총체적인 관리의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책임만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있을 부작용들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이다.

특히 TM영업 정지로 수입원을 잃은 텔레마케터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TM종사자들의 모임인 한국컨택협회에 따르면 카드사와 보험, 캐피탈 등 금융에서 TM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정규직만 2만 6000명이지만, TM 상담원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것을 고려하면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사태가 안정되고 벌어질 물밑 스카우트 전쟁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경기 둔화로 채널 다변화 전략이 요구되면서 끊임없이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을 들여 한 명의 인력을 키우는 것보다 여러 명을 스카우트하는 게 손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 설계사에 이어 TM채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이데일리의 취재 결과, 한 생명보험사가 대규모의 텔레마케터 스카우트를 계획했다가 돌연 정책을 거둬들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기회가 되면 다시 시도하겠다는 의도다. 과도한 스카우트는 철새 설계사와 고아·승환 계약을 양산하고 사업비 증가를 부추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감독당국이 계속 강조해왔던 민원 감축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바둑 명언 중에 ‘신물경속(愼勿輕速)’이라는 말이 있다. 바둑을 둘 때 경솔하게 빨리 두지 말고 한 수 한 수 잘 생각하면서 두라는 얘기다. 정부의 신중한 정책 판단과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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