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15년 전의 베트남과 비슷하다. 아프리카를 빼면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으로 볼 수 있다.” 양곤 시내 그린 힐(Green Hill) 호텔에서 만난 김학수 KB국민은행 양곤사무소장이 꺼낸 말이다. 미얀마가 베트남에 버금가는 신흥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게 김 소장의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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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느 개발도상국이 그렇듯 정치적 불확실성과 인프라의 미비 등은 미얀마의 ‘걸림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호시탐탐 미얀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은 국내 은행들이 일전을 벌여야 할 경쟁자들이다. 국내은행들은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미얀마판 ‘무한도전’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이 미얀마를 주목하는 이유
아웅산테러의 여파인지 우리에겐 ‘버마’로 더 알려진 미얀마.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산업, 기업, 수출입 등 국내 은행 7곳은 최근 1년새 미얀마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꾸준히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같은 ‘열풍현상’은 이례적이다. 은행들이 미얀마에 기대는 이유는 뭘까. 홍석우 신한은행 양곤사무소장은 “미얀마는 아시아 개도국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개방된 국가여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라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외국자본이 서서히 유입되면 결국 미얀마도 금융을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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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은행 사무소만 38개..‘무한경쟁’
문제는 외국계 은행 유입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보수적 견해다. 미얀마 현지은행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미얀마는 국영은행 4개와 민영은행 22개 등 모두 26개의 은행이 영업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도국이 그렇듯 개방의 압력을 마냥 버틸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얀마에는 국내 은행 7개를 비롯해 모두 38개 은행이 사무소를 내고 ‘라이선스’를 기다리고 있다. 윈 또우(Win Thaw) 미얀마 중앙은행 외환감독국장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외국계 은행에 영업을 허가하기는 쉽지 않다”며 “미얀마 중앙은행의 감독능력, 통제범위 내에서 은행 라이선스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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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보라”..중요한 건 ‘인내심’
전문가들은 “미얀마의 정책 결정이 불투명한 만큼 끈기 있게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1996년 인도에 가장 먼저 진출한 신한은행이 수년간 적자를 거듭하다 최근에서야 수익을 내 다른 은행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점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2009년 인도에서 529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2010년 614만달러, 2011년 726만달러, 지난해 778만달러 등 갈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정환 IBK기업은행 양곤사무소장은 “미얀마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일단은 미얀마 당국은 물론 국민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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