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민영화를 위한 매각 작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백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KAI의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정금공)는 올해 말로 예정된 KAI 주주협의회의 공동매각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이달 말 협의회 구성원들과 만나 매각 절차 연장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3일 정금공 관계자는 “KAI 공동매각 약정에 올해 12월에 연장 여부를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이제 국정감사가 끝났으니 11월 하순쯤 주주사와 만나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AI 공동매각 약정에 따르면 올해 안에 KAI를 매각하지 못하면 주주협의회가 6개월간 약정기간 연장할지 정해야 한다. 연장하지 않으면 주주들이 개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정금공은 일단 유효 경쟁이 성립하면 매각 공고를 낸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현재까지 매각주관사에 의향을 타진하는 업체는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뿐이다.
주주협의회와 KAI 내부에서는 두 기업만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매각 과정에서도 대한항공이 안 들어와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며 “한 군데 정도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KAI 주주협의회는 지난 8월 중 매각 공고를 내려다가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일부 주주사는 앞서 KAI 공개매각이 두 차례나 무산된 점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얼마 전 진영욱 사장의 퇴임으로 KAI 민영화 작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진 사장은 지난 정부 시절부터 KAI 매각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추진해왔다. 이와 함께 KAI 내부에서는 여전히 삼성이나 현대차에 인수되길 바라고 있지만 해당 기업은 인수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 매각지분은 정책금융공사 전체 보유 지분인 26% 가운데 11%와 삼성테크윈 10%, 현대자동차 10%, 두산 10% 등 총 4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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