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집트 군부가 48시간 내에 개입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내놓았다. 무르시 정권으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이집트 군부는 1일(현지시간) 국영 TV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48시간 내에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하거나 위기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혼란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부 장관 겸 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대규모 시위 때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참가한 사위는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준 전례없는 행사였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군부가 전날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전역에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나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알-시시 장관은 “군은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장관 5명이 이날 집단으로 사퇴하면서 정국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날 관광부와 환경부, 정보통신부 등 5명의 장관들이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특히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에 동조하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무르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무르시 지지자들은 군부의 이같은 최후통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사르 함자 형제의 자유와 정의당 대표는 “헌법에 반하는 군부의 행동은 사보타주와 무정부주의를 획책하는 짓”이라며 “국가기관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리는 일을 벌이는 것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인 ‘타마로드(반란)’는 무르시에 대한 퇴진 시한을 2일까지 못박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타마로드는 이날 성명에서 “무르시는 2일 오후 5시까지 사임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시위대는 이날도 카이로의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과 헬리오폴리스 대통령궁 주변에 모여 무르시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며 이날 전국 총파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작 무르시는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날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2의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조기 퇴진하면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헌법 질서를 해치는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무르시 퇴진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이집트인은 자제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무르시가 민주적으로 선출됐다 해도 국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편 이날 시위대 수십명은 카이로 동부 모카탐에 위치한 무슬림형제단 본부 건물 1층에 화염병을 던지며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8명이 숨졌으며 본부 6층짜리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이에 대해 무슬림형제단은 또 시위대가 금지선을 넘었다며 방어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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