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봄눈에다 17년만에 가장 추운 4월이라는 기상청의 설명이 무색하지 않다. 야심차게 내 놓은 봄 신상품은 찾는 이가 없어 매장 뒤편으로 밀려났다. 대신 사계절 활용 가능한 아웃도어 의류나 폭염 대비 여름 상품을 찾는 이는 크게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가는 봄 상품을 내놓을지 여름 마케팅을 조기에 진행해야 하는 지 헷갈려 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번 4월 봄 매출 실적이 지난해 대비 6.3% 성장한 반면 날씨에 영향이 큰 남성복과 여성의류는 각각 3.5%, 0.4% 줄면서 성장세가 고꾸라졌다.
봄 세일에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여성복 브랜드의 매출 실적은 대부분 저조했다. 의류업체들은 봄 대목을 맞아 신상품을 입고했으나 4월 말까지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봄 옷을 제때 판매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달은 평년대비 기온이 낮아 패션상품군 매출에 영향을 미쳐 3월에 비해 약 10% 정도 신장률이 둔화됐다”며 “간절기 물량이 줄고, 여름 상품이 조기에 전개되는 걸 감안하면 추운 봄이 백화점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4월 서울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5~10도 낮았고, 4월 한달 전국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날이 무려 23일이나 됐다.
그나마 아웃도어 매출은 현상 유지를 하거나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기준 전체적인 레저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2% 줄었지만 아웃도어 및 캠핑용품 매출은 각각 11%, 6% 신장했다.
K2 관계자는 “추운 날씨 영향을 받은 것은 맞지만 봄철 산행 시즌을 겨냥해 등산화나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워킹화 판매가 크게 늘어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실내 스포츠 관련 4월 매출도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실내운동에 필요한 헬스관련 용품의 경우 10.8% 신장을 한 반면 외부활동에 수반되는 스포츠웨어 및 용품, 자전거 등의 매출은 전년대비 18.6% 큰 폭 줄어들었다.
봄 매출은 감소한 반면 여름 관련 상품 매출은 실적이 나쁘지 않다. 봄 같지 않은 봄이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 폭염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이마트의 1~4월 누계 에어컨 판매 증가율을 보면 전년 대비 약 17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언식 하이마트 바이어는 “올 여름은 예년보다 덥고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 이후 성수기가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덕스런 날씨에 애를 먹는 건 각 업체 MD(상품구성)들이다. 통상 봄세일이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시즌을 준비하지만 평년과 다른 날씨탓에 상품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LG패션 관계자는 “일교차가 큰 날씨에 범용으로 입을 수 있는 탈부착 점퍼나 간절기 대표 아이템인 머플러의 물량을 각각 10%, 30% 가량 늘리는 반응생산을 하는 등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매장 관계자 역시 “이미 여름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날씨가 일정치 않아 봄옷을 철수해야 하는지, 계속둬야 할지 상황을 지켜보며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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