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행복기금, 도덕적 해이 막아야

논설 위원I 2013.01.08 07:00:00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공약중 하나인 국민행복기금이 빠르면 상반기 중에 전격 출범할 전망이다.

인수위원회는 악성 가계채무자와 신용불량자를 구제해 주기 위해 국민행복기금 조기 조성 방침을 밝히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도 “재원조달과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기금의 재원은 내달 21일 청산하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기금에서 정부에 배당되는 3000억원과 캠코 신용회복기금 잔액 8600억원, 그리고 캠코 차입금 7000억원 등 1조8600억원으로 조성된다.

이를 토대로 10배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18조원을 조달한 다음 신용불량자가 금융회사나 자산관리회사에 진 연체채무를 적정 가격에 매입, 원금의 50%(취약계층은 70%)를 감면해 장기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데 쓰겠다는 구상이다. 또 제2금융권에서 연 20∼30%대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서민들에게 1인당 1000만원 한도에서 연 10%의 저금리 은행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준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기존의 신용회복기금에 비해 혜택폭이 훨씬 크다.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경제과제 중의 하나다. 특히 신용위험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10년만에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이 자칫 빚을 진 당사자의 고통분담없는 정부의 퍼주기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부채감면 대상의 기준은 엄격해야 하며 감면시엔 채무자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도 명시해야 한다. 정부가 민생을 돕는다고 의욕을 부려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되면 누구도 자신이 진 빚을 갚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빚이 없거나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던 국민들은 역차별을 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문제는 기본적으로 채권자(금융회사)와 채무자(대출자)의 관계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이것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키고 도덕적 해이를 막아 국민 경제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지적한 것은 올바른 인식이다.

기금이 부실화되면 결국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엄격한 기준 마련과 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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