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세러모니’와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을 방문한 김주성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17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조 회장이 참석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2012런던올림픽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의 3·4위 결정전(11일) 당시 발생한 박종우의 ‘독도 세러모니’에 대한 해명을 위해 지난 15일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로 떠나 준비했던 사건 경위서를 전달했다.
국회에 출석한 김 사무총장은 “FIFA가 대한축구협회에 16일까지 사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이 때문에 부수적인 설명과 함께 직접 경위서를 전달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실무자들을 만나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박종우의 행위에 대한 부분은 사전에 의도한 것이 아닌 우발적인 행위였다고 FIFA에 전달했다”며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에 위배가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대한축구협회가 ‘독도 세러모니’와 관련해 일본축구협회(JFA)에 보낸 이메일 공문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유감을 표한 것이지 사죄의 의미는 없었다는 김 사무총장은 “공문은 스포츠 관례상 보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정치적인 부분과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보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이 사전에 조 회장의 사인을 받지 않고 보내졌다는 점이다.
김 사무총장은 “공문을 보내고 나서 조 회장님께 보고를 드렸다”고 했고, 조 회장은 “축구협회 국제국에 내 사인도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행정이 고개를 든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런던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조 회장님은 런던에 계셨다. 조 회장님은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하셨다. 그래서 내가 조 회장님께 구두로 편지를 보내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고, 조 회장님이 검토해보자고 했다”며 일본에 공문을 보내게 된 경위를 밝혔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에 공문을 보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모든 것은 회장의 책임이다.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은 일단 박종우 선수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는데 주력하겠다”며 “책임져야 할 사항이면 책임도 지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일본축구협회에 저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축구협회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와 FIFA에 문제제기 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조중연 회장 명의로 박종우의 ‘독도 세러모니’와 관련해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축하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는 제목의 공문을 일본축구협회에 보냈다.
공문 내용은 박종우가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벌인 세러머니에 대해서 한국이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것에 도취해 우발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의도적인 정치행위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공문에는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I would cordially convey my regrets)”며 “양국 협회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 너그러운 이해(kind understanding)와 관대함(generosity)을 베풀면 매우 감사하겠다(highly appreciated)”고 적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필요 이상으로 저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대한축구협회가 공문에 사용한 ‘유감(regret)’이라는 단어는 외교상 어느 정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전할 때 통상적으로 쓰인다. 상대방이 ‘사과’의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는 과정과 축구협회 비리 직원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부분 등 수 차례 논란이 되는 행정을 거듭해왔다. 잠잠해질 때쯤 축구협회의 안일하고 어설픈 행정이 다시 한번 수면위에 올라 당분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