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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5th DCM]“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김일문 기자I 2011.11.03 11:16:00
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2일 13시 4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케네디 스코어(8:7)는 야구 경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수차를 일컫는 말이다. 상원의원이었던 케네디가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후 TV 토론회에 나와 했던 말로 10점 이상의 점수가 쏟아지는 타격전이나 지루한 투수전이 아닌 적당한 점수를 주고 받으며 경기 막판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임을 말한다. 야구게임에 케네디 스코어가 있다면 축구 경기에는 펠레 스코어가 있다. 축구 황제 펠레가 “축구 경기는 한 골 차이의 승부가 가장 재밌고, 그 중에서도 3대 2 스코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 말에서 유래됐다.

2011년 회사채인수시장(DCM·Debt Capital Market)에서도 케네디 스코어나 펠레 스코어 만큼이나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고 있다. 바로 우리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의 치열한 1위 싸움이다. 이미 상반기 리그테이블을 통해 한 차례 예고된 바 있는 이들 두 공룡의 싸움은 3분기에도 이어져 연말 DCM 왕좌의 주인을 두고 한 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데일리가 집계한 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 3분기(누적)까지 회사채 인수 실적 1위는 우리투자증권으로 집계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올들어 3분기까지 총 6조6235억원의 회사채를 인수, 9.0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매달 1위 혹은 2위로 탑3 안에 이름을 올리며 그 어느때 보다도 올해 DCM 용상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비록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월간 기준 8월 8위, 9월 5위) 이미 상반기 파죽지세의 인수 실적을 나타내며 1등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일반 회사채 뿐만 아니라 자산유동화증권(ABS)에서 5위(3812억원) 외표채 2위(9992억원), 여전채 10위(7879억원)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2위와의 격차를 1조원 가까이 벌리며 비교적 먼 발치로 달아나는 형국이다.

엎치락 뒤치락…빅3 경쟁 점입가경

우리투자증권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KB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총 5조6590억원의 회사채를 인수, 7.72%의 점유율로 2위에 랭크됐다. 연초만 하더라도 수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KB투자증권은 8월까지 들쭉날쭉한 인수 실적을 나타내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9월 3위에 안착, 누적 순위로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집중적으로 발행된 바 있는 외표채 분야 발군의 인수 실적을 뽐내며 이 부문에서 여전히 1위(1조603억원, 21%)를 기록중이다. 여전채(7856억원, 11위)와 ABS(3396억원, 8위) 인수 실적은 다소 부족하지만 하반기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외표채의 빈자리를 일반 회사채로 메우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위에 오른 한국산업은행의 실적도 눈여겨 볼 만하다. 3분기까지 인수 금액은 5조6535억원(점유율 7.72%). 2위 KB투자증권과의 차이는 불과 55억원이다. 특히 ABS에 편식이 심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종류의 회사채를 골고루 인수하면서 식욕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음을 증명해줬다. 산업은행은 3분기까지 외표채 분야에서 3위(5260억원), ABS 4위(8224억원), 외표채 5위(1조4382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 SK증권은 5조2056억원, 7.1%의 점유율로 5위에 그쳤다. 지난해 총 6조3156억원의 회사채를 인수하면서 DCM 왕위를 거머쥐었던 SK증권은 올들어서도 끊임없이 수위권에 들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우리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의 기세에 눌려 좀처럼 과거의 영광에서는 멀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여전채(1위, 1조6600억원)와 ABS(3위, 1조750억원)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냈지만 하나SK카드 발행물의 비중이 상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SK증권의 오롯한 인수 실적으로 보기에는 힘들다.

‘한때’ 잘나갔던 그들, 막판 뒤집기 가능?

대형 증권사 가운데 대우증권의 향후 실적도 관심사다. 대우증권은 3분기까지 4조5187억원의 인수 실적으로 8위에 머무른 상황. 여전채(12위, 6922억원)는 다소 부진했지만 ABS(2위, 1조1843억원)와 외표채(4위, 4239억원) 분야에서 비교적 안정된 실적을 나타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다만 작년 4분기 발행 물량을 무섭게 빨아들이며 순위를 끌어올렸던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대우증권이 연말 또다시 인수 실적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여지는 있어 보인다.

한편 우리투자증권, 산업은행과 함께 3각 편대를 구성하며 BBB급 회사채 인수의 대명사로 꼽혀왔던 동양종금증권은 리그 테이블 순위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작년 전체 순위 7위에 랭크됐지만 올들어서는 매달 10위권 밖에서만 맴돌고 있는 상황. 3분기 역시 2조9223억원의 인수 금액으로 11위에 그쳤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1년 전체 실적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3분기 석달동안 빅3를 따돌리며 1위에 오른 바 있었던 한국투자증권이 5조2898억원 인수로 누적 기준 4위에 올랐고, 신한금융투자(4조5542억원)가 6위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DCM 경쟁을 선언한 삼성증권이 7위(4조5403억원), ABS 인수에 올인하고 있는 하나대투증권은 9위(3조9494억원), 현대증권이 10위(3조1946억원)로 각각 집계됐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70,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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