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주택 판매 지표들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며 주택시장이 생각보다 더 악화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2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대비 12% 감소한 연율 27만6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6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앞서 전일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대비 27.2% 감소한 연율 383만채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감소다.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신규주택 물량은 21만채로, 현 추세대로라면 물량이 모두 판매되기까지 9.1개월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주택 398만채가 소진되기까지는 12.5개월이 소요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판매 감소와 빈 집 증가로 인해 주택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더블딥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 고용시장 침체로 주택 수요 급감
로버트 톨 회장은 "매매 계약 건수는 인상적이지 못했다"며 "5월 초 몇 주 동안 판매가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이후 지속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택 판매가 급감하는 가운데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와 웰스파고가 발표한 8월 체감경기지수는 13에 그치며 17개월 최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택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고용시장의 침체를 꼽고 있다. 기업들의 해고가 지속되는 반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음에 따라 주택 수요가 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이코노미닷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적인 주택 구입자들은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실업률이 두자릿수에 근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 세제 혜택 종료 여파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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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까지 시행됐던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며 주택 매매가 1년 최고 수준까지 늘어났지만, 혜택이 종료된 후 매매는 급감세로 돌아섰다.
톰 포첼리 RBC캐피털마켓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은 정부 개입의 이면"이라며 "세제 혜택 프로그램 시행 당시에는 주택시장의 바닥 기대감을 형성했지만, 실제로는 거짓 바닥을 만들어줬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판매는 현저하게 높은 실업률로 인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모기지 금리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서도 주택 대출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은 주택시장의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모기지 금리는 20년 최저인 4.57%로 하락했지만, 주택 구입과 리파이낸싱을 위한 모기지 신청은 1% 증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 주택시장 더블딥 우려 고조
미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 2006년부터 하락세를 나타내다 지난해부터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압류 상태에 있거나 심각한 대출 체납 상태에 있는 500만채에 달하는 주택을 은행들이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은행들이 이들 주택을 숏세일을 통해 대거 처분할 경우 집값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징후는 이미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젤먼앤드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8월 들어 시장에 나온 매물 가운데 은행 소유 주택은 전월대비 12% 증가했다.
주택 가격 하락은 더 많은 대출 체납과 압류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로리 굿맨 앰허스트시큐리티그룹 모기지채권 트레이딩 부문 이사는 "집값이 또 한 차례 떨어지지 않고서는 물량을 해소할 수요가 부족하다"며 "주택 가격이 소용돌이처럼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