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과 의자 사이를 나른한 걸음걸이로 다니고 있는 고양이조차도. 분명 처음 가는 곳인데도 어제도 들렀고 내일도 들를 곳 같다.
◇ 뭉툭한 나무 모서리와 이제 더 녹슬지 않는 녹슨 철
바닥은 철과 나무, 에폭시 도장을 한 시멘트로 마무리 했다. 고목을 뜯어다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나무바닥. 흘러간 시간만큼 닳아 뭉툭해진 나무 모서리는 낯선 사람들을 편안하게 맞이할 여유를 가지고 있다.
녹슬어 붉게 변한 철재 바닥은 더는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한번 녹슨 철은 더 이상 녹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김홍구 대표. <6:02>의 콘셉트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한 그는 간단히 ‘편안함’이라고 답한다.
109.09㎡(33평) 면적은 굳이 스타일을 따지자면 1970년대 미국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다. 입구 벽에 적힌 6:02 역시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폰트라고 한다.
◇ 평범한 물건이 남기는 엉뚱한 감각
천장의 일부를 마감하고 있는, 낯설다 싶은 골함석 역시 그의 작업실에 있던 것을 옮겨 왔다. 익숙한 물건들이 그 쓰임새와 위치가 달라지면서 독특한 감각을 선사한다.
재미가 있다.
빨갛고 노란 캐비닛, 난로, 물뿌리개, 고양이먹이패키지를 활용한 조명, 가방, 자전거, 가스오븐. 어머니가 보시면 어질러졌다, 라며 잔소리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나치게 니트neat하게 정리된 공간은 면접을 보기 위해 새로 산 정장만큼이나 불안하고 불편하다.
들러서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며 요깃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근처 상수역·합정역 사이와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트렌드는 주인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있는, 언제 들러도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6:02>에는 김홍구 대표의 감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웃집에 들른 듯 편안한 차림으로 친구들과 만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여섯시이분에 마시는 술과 차, 그리고 요깃거리
“주방장이 가장 잘하는 요리는 감자요리”라고 하지만 감자로 만든 단일요리는 없다.
아쉽지만 메인요리에 곁들여지는 감자요리로라도 만족할 것. ‘감자와 양파, 허브를 곁들인 602스테이크(2만2000원)’, ‘머쉬룸과 햄벅 스테이크(1만4000원)’. 그 외에 와인이나 맥주로 곁들이기 좋은 치즈와 견과류로 마련한 플레이트도 있다.
모든 식사는 6시 이후부터 가능하다. 다양한 종류의 허브티와 공정무역으로 네팔에서 재배되는 원두인 ‘히말라야의 선물’로 추출한 커피, 많지 않지만 엄선된 와인리스트 외에도 <6:02>가 매력적인 것은 기네스와 호가든, 하이네킨을 드래프트로 맛볼 수 있다는 것.
[도움말 : 월간 외식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