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산타클로스는 결국 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산타랠리의 기간은 아직 이틀 더 남아 있지만, 존 행콕 투자자문의 트레이더 닐 마사는 "온통 실망 뿐"이라고 말했다.
큰 손들이 대부분 휴가를 떠나 한산한 시장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트레이더들은 올 한 해 포트폴리오를 가다듬는데 열중했다. 대부분 주식을 사기 보다는 올해 많이 오른 종목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데 주력했다.
밀러 타박의 주식전략가 피터 부크바는 "단지 연말이라는 이유로 주식을 사는 것은 증시주변 펀더멘털이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메츠는 "고유가와 장단기 금리 역전 같은 올해 최대의 우려사항이 연말장까지 계속 살아 남아 있었다"며 `반대로 가는 펀더멘털`을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기술적 분석가 마크 뉴튼은 "단기적으로 다우와 S&P500 지수의 패턴은 추가적인 후퇴가능성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11월의 오름폭에 비해서는 그동안의 약세가 상대적으로 억제돼 있는 모습이었다"면서 월간 단위의 그림은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림자가 있으면 분명 빛이 있기 마련. 산타랠리를 제대로 한 번 시도조차 하지 못한 탓에 올해 폐장일 분위기는 어느해보다 무거워 보였지만, 시선을 돌려본다면 모두가 실망스러운 한 해는 아니었다.
영국증시(FTSE100)는 17%, 독일(DAX)은 27% 올랐고, 범유럽지수(FTSE유로퍼스트300)는 23% 상승했다. 일본(닛케이)이 40% 뛰어오른 가운데, 한국의 코스피는 54% 급등했다.
금값은 18% 올랐고, 금 관련주를 모은 CBOE 금지수(GOX)는 36% 상승했다.
원유가격이 40% 급등한 가운데, 석유 관련주를 모은 아멕스 석유지수(XOI)는 37% 상승했다.
뉴욕증시내 개별종목들 중에서도 대박이 속출했다. 유가 급등세에 힘입어 발레로 에너지(VLO)가 127% 올랐고,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희망을 잃어 가던 보잉(BA)도 36% 급등했다.
고유가와 금리인상 행진 속에서도 신기술의 대명사들은 더욱 눈부셨다. 구글(GOOG)이 115%, 아이팟의 애플컴퓨터(AAPL)가 123%, 플래시 메모리의 대명사 샌디스크(SNDK)는 무려 152% 올랐다.
다우지수가 3년만에 뒷걸음을 쳤다지만, 연중 내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할 때 연말 지수는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올해의 조정은 내년의 희망을 잉태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마감 직후까지 2583명이 참여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온라인 설문에서 내년 다우지수가 1만10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 비중이 46%로 가장 많았다. 1만2000을 넘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도 10%에 달했다.
다우 1만1000선은 지난 2001년의 역사적인 고점을 의미한다. 월가의 네티즌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내년 사상 최고의 블루칩 장세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