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01)유로화 반등...예고된 미 금리 인하

김태호 기자I 2001.01.01 12:22:36
2000년 한해 외환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은 강한 달러와 그에 따른 유로, 아시아 통화 가치의 하락으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시아 통화는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의 영향도 있었지만 유가 상승과 미 경제의 둔화양상, 자국내 정국불안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지난 경제 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유럽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던 유로도 출범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졸전끝에 최근 들어 미 경제 둔화 조짐에 편승해 자존심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2001년 외환시장의 관심은 세계 경제의 둔화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통화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경착륙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미국은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인하한다면 어느 정도가 될 지에 집중되고 있다. ◇유로는 반등할 것인가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제 달러가 정점을 지난것으로 판단하며 2001년에는 유로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동안 미국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증시가 세계의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였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은 이제 유럽의 손을 서서히 들어주고 있다. 지난 3분기 유럽의 경제 성장률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으며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001년 경제성장률은 2.5%, 유럽은 2.9%가 될 것으로 전망해 91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금리 문제도 달러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미 연준리는 금리 정책을 완화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11월 물가상승률 발표로 추가 인상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양 경제권의 금리차이가 줄어든다면 유로에 호재다. 그러나 미 경제가 갑자기 경착륙한다면 유럽의 기쁨도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럴 경우, 강한달러와 미 경제의 호황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본이 불안하다 일본은 지난 해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 11월 초만해도 달러/엔 환율이 110엔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으나 요즘은 그 같은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일본의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엔화는 연일 급락, 달러에 대해 114엔대로 떨어졌다. 11월 전망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 모리 총리 불신임 투표라는 정국불안 문제가 엔화를 압박한 반면, 요즘은 경제 펀더멘털 자체가 엔화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일본 경제 회생의 중추라고 진단하고 있는 개인 소비 부문에서는 소매 판매가 44개월 연속 하락하고 가계 지출도 감소해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고 실업률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신들이 바라보는 일본의 재정상황도 곱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정부의 부채가 막대하기 때문에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안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2000년 말까지 일본의 부채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GDP의 13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2004년에는 15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재정 적자 확대는 국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유로 거론되기도 했다. 또한 직장과 소득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부진한 소비로 일본 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욱 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증권은 달러/엔 환율의 경우 일본경기 회복부진으로 달러대비 116엔까지 약세를 보인 이후 미국 금리인하 조치이후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106엔으로의 강세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의 아시아 통화 불행히도 2001년 아시아 통화 전망은 어둡다. S&P MMS의 데이빗 코헨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 둔화가 심화됨에 따라 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연준리가 금리를 인하해도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국불안이라는 내부 요인은 미국의 금리 여부와 관계 없는 악재라는 지적이다. 필리핀이 대표적인 경우다. 에스트라다 대통령 탄핵 문제는 페소화의 발목을 붙잡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사임하면 페소화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사임후에도 필리핀의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한 상태가 아니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스티브 브라이스는 “2001년 경제가 둔화되면 필리핀의 재정 적자는 확대될 것이며 페소화는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분기 달러/페소가 52페소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와히드 대통령도 부패 혐의를 갖고 있으며 자금 이탈도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인종간의 분쟁과 은행권의 부실 대출이 심화되고 있어, 도이체방크의 외환담당자인 피터 레드워드는 현재 9400루피아 선인 달러/루피아 환율이 2001년에는 1만250루피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의 바트화는 변동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초에 예정돼 있는 총선이 관건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현 정부를 선호하고 있는데 선거 결과에 따라 경제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1당의 당수인 타크신은 재산 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이스는 현재 42.50바트선인 달러/바트가 1분기에 46바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중에 하나이다. 증시는 물론이고 풍부한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대만달러마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레드우드는 정부와 야당과의 대립 때문에 내년에도 금융 개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은행권의 부실 채권문제가 역시 대만달러를 억압할 것으로 지적하며 현재 33대만달러선에서 36대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변수, 미 금리 인하 HSBC는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리가 오는 3월20일까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99%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만큼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시장 관계자들은 내년에 미국의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동안 사상 초유의 호황을 맞던 미 연준리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99년 6월 이후 금리를 여섯차례나 인상했다. 연준리는 경착륙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때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하며 긴축을 고수했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침체 양상을 이유로 들며 금리 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했고 일각에서는 1월에 열릴 FOMC 회의 이전에 이례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릴린치, 체이스 증권, 도이체방크는 모두 2001년 중반까지 연준리가 금리를 100bp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는 75bp를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1년 한해 50~100bp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차기 부시 정권의 대규모 감세 정책은 이 같은 금리 인하 전망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부와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부시 당선자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규모 감세 정책에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세 정책이 통과된다면 연준리의 금리 인하 횟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어베리 랜스턴의 데이빗 존스 연구원은 “부시가 감세를 통해 경제 부양을 시도한다면 그린스펀은 그 만큼 금리 인하를 주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 통화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융 시장 전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역시 이들 국가의 환율 동향이 우리나라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의 경제위기가 태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를 뒷받침 하듯 한국의 외환시장은 이들 국가의 미묘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1년 상반기 한국의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아시아 통화의 움직임과 미국 금융 시장의 변화는 우리나라 경제에 민감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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