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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일기] 남자 아이의 사춘기는 조용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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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10.24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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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성장 일기] 남자 아이의 사춘기는 조용히 온다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진료실에 들어섰다.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늘 키가 큰 편이었는데, 1년 넘게 키가 거의 그대로라고 했다. 검사 결과 성장판은 이미 거의 닫혀 있었다. 어머니는 “잘 크고 있는 줄만 알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요즘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마주하는 장면이다.

딸의 사춘기에는 예민한 부모도 아들의 사춘기에는 대체로 느긋하다. “남자애들은 늦게 큰다”는 통념 때문이다. 여아는 가슴 멍울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있지만, 남아의 사춘기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첫 신호인 고환의 변화는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누구나 알아채는 변성기가 왔을 때는 이미 사춘기가 한참 진행된 뒤다. 아이 스스로도 몸의 변화를 부모에게 말하기 쑥스러워하니, 알아차리는 시점은 늘 한발 늦기 마련이다.

그 사이 시계는 빨라졌다. 소아비만,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사용과 수면 부족 등 달라진 생활환경 속에서 남아의 사춘기도 앞당겨지는 추세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1년에 8~10㎝씩 자라는 급성장기가 오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다. 급성장이 시작되고 2~3년이 지나면 성장판은 닫히기 시작한다.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라면 중학교 1~2학년 무렵 성장이 거의 끝나기도 한다.

부모가 가장 경계해야 할 착각은 ‘빨리 크는 것’을 ‘많이 크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초등 고학년 때 또래보다 훌쩍 큰 아이가 정작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클 때 멈춰 서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앞서 달린 만큼 결승선도 일찍 온다. 최종 키를 결정하는 것은 출발의 속도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의 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5~6학년은 아들의 사춘기를 한 번쯤 점검해야 할 시기다. 땀 냄새가 짙어졌는지, 1년 사이 키가 부쩍 자랐는지, 갑자기 몸을 가리고 혼자 씻겠다고 하는지 살펴보자. 성장판과 뼈 나이를 확인하면 성장판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남은 성장 여력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다.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이 앞서 있다면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필요한 치료를 통해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반대로 아직 여유가 있다면 그 자체로 부모의 막연한 불안을 덜 수 있다.

검사만큼 중요한 것이 가정의 생활 관리다. 체지방이 늘면 사춘기를 앞당기는 신호가 강해질 수 있으므로 체중 관리는 기본이다. 밤 11시 이전에 잠들어 충분히 자게 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줄여야 한다. 줄넘기나 농구처럼 몸을 쓰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어찌 보면 평범한 원칙이지만, 성장이 막바지에 이른 아이에게는 이 평범함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성장에는 정해진 기회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은 한 번 지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아들의 사춘기는 조용히 온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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