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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사춘기에는 예민한 부모도 아들의 사춘기에는 대체로 느긋하다. “남자애들은 늦게 큰다”는 통념 때문이다. 여아는 가슴 멍울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있지만, 남아의 사춘기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첫 신호인 고환의 변화는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누구나 알아채는 변성기가 왔을 때는 이미 사춘기가 한참 진행된 뒤다. 아이 스스로도 몸의 변화를 부모에게 말하기 쑥스러워하니, 알아차리는 시점은 늘 한발 늦기 마련이다.
그 사이 시계는 빨라졌다. 소아비만,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스마트폰 사용과 수면 부족 등 달라진 생활환경 속에서 남아의 사춘기도 앞당겨지는 추세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1년에 8~10㎝씩 자라는 급성장기가 오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다. 급성장이 시작되고 2~3년이 지나면 성장판은 닫히기 시작한다.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라면 중학교 1~2학년 무렵 성장이 거의 끝나기도 한다.
부모가 가장 경계해야 할 착각은 ‘빨리 크는 것’을 ‘많이 크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초등 고학년 때 또래보다 훌쩍 큰 아이가 정작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클 때 멈춰 서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앞서 달린 만큼 결승선도 일찍 온다. 최종 키를 결정하는 것은 출발의 속도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의 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5~6학년은 아들의 사춘기를 한 번쯤 점검해야 할 시기다. 땀 냄새가 짙어졌는지, 1년 사이 키가 부쩍 자랐는지, 갑자기 몸을 가리고 혼자 씻겠다고 하는지 살펴보자. 성장판과 뼈 나이를 확인하면 성장판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남은 성장 여력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다.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이 앞서 있다면 생활습관을 바로잡고 필요한 치료를 통해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반대로 아직 여유가 있다면 그 자체로 부모의 막연한 불안을 덜 수 있다.
검사만큼 중요한 것이 가정의 생활 관리다. 체지방이 늘면 사춘기를 앞당기는 신호가 강해질 수 있으므로 체중 관리는 기본이다. 밤 11시 이전에 잠들어 충분히 자게 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줄여야 한다. 줄넘기나 농구처럼 몸을 쓰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어찌 보면 평범한 원칙이지만, 성장이 막바지에 이른 아이에게는 이 평범함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성장에는 정해진 기회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은 한 번 지나면 돌아오지 않는다. 아들의 사춘기는 조용히 온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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