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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탈원전때 1300명 이탈…원전르네상스, 인력난에 발목

윤종성 기자I 2024.08.19 05:00:00

3대 원전 공기업, 文정부서 1230명 자발적 퇴직
원전산업 인력, 탈원전 5년 거치며 1583명 줄어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입학생 올해 7명 뿐
대학가, 원자력 전공 기피해 기초체력마저 취약
“특별법 제정해 원전산업 지속성장 메시지 줘야”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해외 원전 수주를 늘리려면 더 많은 우수 인력들이 연구하고 수출 업무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인재풀이 너무 좁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최근 에너지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털어놓은 고민이다.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전산업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정작 현장에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탈(脫)원전 기간 동안 인력이 대거 이탈한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다. 18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2017~2021년) 국내 3대 원전 공기업인 한수원, 한전KPS(051600), 한전기술의 자발적 퇴직자는 123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5년(727명)과 비교하면 70%나 많은 수치다.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한수원에서 467명, 보수·유지 업무를 하는 한전KPS에서 656명, 설계 분야인 한전기술에서 107명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국내 유일의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86명이 자발적 퇴직했다. 박사급 인력만 63명이 연구원을 떠났다. 현재 원전산업 인력은 3만5649명(2022년 기준)으로, 탈원전 이전인 2016년(3만7232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면 다시 찬밥이 될 것이란 걱정에 학생들의 원자력 전공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원전산업의 기초 체력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원자력 전공 대학·대학원 입학생은 2017년 874명에서 2022년 751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대한민국 원자력공학의 산실 중 하나인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의 입학생은 올해 7명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원전산업 인력 수요(5만1500명) 대비 공급(4만7000명)이 약 45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급 확충 방안 등을 담은 원전산업 로드맵을 연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외 원전시장 확대 등을 감안하면 수급 불균형이 더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산업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정권이 바뀌어도 원전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우수 인재를 유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탈원전이 근간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한 것도 큰 문제”라며 “시나리오의 원전 비중을 조속히 조정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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