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때리고 늑장 통보하는 공정위…제때 대응 못하는 기업들

강신우 기자I 2023.09.11 05:00:00

271억원 부과받은 카카오모빌리티
의결서 늦은 탓 5개월 뒤 행정소송
"제재발표·의결서 송달시점 맞춰야"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가맹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받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제재 발표후 5개월이나 지나서였다. 공정위 발표 당시만 해도 회사측은 “일부 택시 사업자 주장으로 제재 결정이 내려져 유감”이라며, 즉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의결서 없이는 행정소송 등 후속 대응에 나설 수 없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정위 의결서를 손에 쥔 건 제재 발표되고나서 약 4개월(119일) 후였다.

10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의 사건 의결서 ‘늑장 송달’이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피심인 방어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위원회 심결 후 보도자료 배포·언론 브리핑을 먼저한 뒤, 수개월 후에야 해당 기업에 과징금 확정 규모·부과 사유 등을 담은 의결서를 송달하다보니 이미지 실추 등 유무형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도자료는 법적 효력이 없어서 공정위의 판단이 불합리하더라도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공정위의 늑장 일처리로 인해 의결서를 받을 때까진 억울해도 대처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의결서는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심의한 내용이 담긴 법적 효력을 지닌 문서다. 공정거래법 제45조를 보면 공정위 심사관이 전원회의 합의 결과에 대해 의결서를 작성해 피심인에게 송달하면 피심인의 의무가 발생한다. 피심인은 의결서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죄가 없어도 ‘법 위반 기업’ 낙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공정위가 헛다리 짚을 때도 많다. 공정위의 최근 6년간 행정소송 패소율은 27.7%(일부패소 포함)에 달한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올해 1~7월 공정위가 송달한 의결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45건 중 36건(80%)이 의결서 작성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맹택시에 콜 몰아준 카카오모빌리티 제재(119일) △부당 광고하고 주문취소 방해한 테슬라 제재(114일) △이동통신 3사의 통신서비스 속도 관련 부당 광고행위 제재(68일) 등의 의결서가 유난히 늑장 송달됐다. 상황이 이렇자 최소한 의결서 송달과 보도자료 배포 시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의 경쟁당국도 의결서 작성 후 언론 브리핑을 진행한다.

오 의원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1심 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사실상 인정되는 만큼, 피심인에게 판결에 준하는 방어권 보장이 이뤄어져야 할 것”이라며 “의결 결과를 발표한 직후 신속하게 피심인에게 의결서를 송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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