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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 현상 심화시킨 3가지 요인
이렇게 김 대법원장 체제 아래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김 대법원장 체제 아래 재판 지연 현상 심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빠르고 효율적인 재판보다는 ‘좋은 재판’을 강조해왔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를 통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로 인해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훼손돼선 결코 안 될 것”이라며 ‘좋은 재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크게 3가지를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우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한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꼽힙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71년 만에 폐지했습니다. 고법 부장판사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 위치로 법원장으로 이어지는 요직으로 꼽혔습니다. 그런 고법 부장판사라는 자리가 사라지니 법관들이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재판 지연 현상 등이 발생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역시 재판 지연 현상을 심화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2019년 대구·의정부지법에서 시범 실시를 시작으로 올해 모든 지방법원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원장 투표제는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를 투표를 통해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법원장이 되길 원하는 부장판사들이 후배 판사들의 눈치를 보며 후배들의 업무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문화 역시 재판 지연을 심화시킨 하나의 이유입니다. 전주혜 의원은 2021년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법개혁의 결과는 판사들의 워라벨”이라며 “법원장들의 사법행정권이 작동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일 안 하는 판사들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재판이 연기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며 “판사라는 사회적 책무보다는 직업으로서의 판사가 더욱 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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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퇴임을 앞두고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로 인해 재판 지연이 됐다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법관이라는 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승진이라는 제도가 있을 때는 성심을 다하고 없으면 그렇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김 대법원장의 설명입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제 역시 재판 지연 현상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수의 절대적 부족과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을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법관이 사건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7명, 36명, 80명의 신임법관이 임명됐고 2020년 150명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20년 2월부터 3년에 걸쳐 발생한 팬데믹에 따라 재판 기능이 한때는 일부 정지되기도 하고 늦어진 것도 사실”이라며 “여러 복합적 요인이 섞이다 보니 지금의 재판 지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오는 24일이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납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밤낮없이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한창입니다.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부터 농지법 위반 의혹까지 다양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위해 첫 출근하며 ‘재판지연 현상 해결’을 해결해야 할 첫 과제로 꼽았습니다. 과연 이 후보자의 재판 지연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조만간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해답이 나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