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홈리스(노숙자) 이가혜(64·가명)씨의 말이다. 홈리스(homeless)는 집이 없는 사람, 거리의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사는 사람을 말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홈리스 1만4404명 가운데 여성은 5명 중 1명꼴(3344명·23%)로,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서사는 많지 않다. 목격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활동가들 역시 “여성 홈리스가 너무 보이지 않는다”고 곧잘 말하곤 했다.
이들 증언에 따르면 여성 홈리스는 거리에서도 배제되고 소외된다. 무료급식소에선 남성 홈리스들이 “식당 가서 일하고 밥을 먹지”라고 구박하고, 성폭력 위험에 수시로 노출된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여자 홈리스들도 있다. 실제 여성 홈리스의 정신 질환 유병률은 42.1%로, 남성(15.8%)보다 배 이상 높았다. 정신 질환은 그녀들이 집을 나오게 만든 노숙의 원인이자, 고단한 노숙의 결과인 것이다.
책은 여성 홈리스가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이 남성 홈리스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젠더 관점이 부재한 홈리스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홈리스라는 이름 앞에 ‘여성’이 붙는 순간 처하는 환경과 필요가 달라진다”것이다. 저자들은 “그녀들의 가방 속에서, 봉다리 속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분투하고 때론 타협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며 “아직 듣지 않았을 뿐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닌, 그녀들의 말에 함께 귀 기울여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