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년…현장 지킨 의료진 모두가 영웅”

이지현 기자I 2023.01.21 05:19:47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인터뷰
1호 환자 치료 코로나 동태 연구
치명률↓ 아직 마음 놓긴 일러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꼭 3년째가 됐다. 누적 확진자만 2995만5366명으로 하루 평균 2만7356명씩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현재 우리 국민의 98.6%가 자연감염과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3년 전 오늘 상황은 달랐다.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확진자 발견 소식만으로도 가게들은 임시휴업을 내걸었고 사람으로 가득했던 거리는 텅 비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 1번 확진자 통해 쌓인 의료정보…방역 기초로

국내 1번 확진자는 35세 중국인 여성이었다. 2020년 1월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일본으로 가려던 입국과정에서 발열과 오한 등 증상이 발견돼 인천의료원에 격리됐고 다음날인 20일 확진됐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당시 발열로 입국과정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돼 우리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그 외에 주 증상이 기침이 아닌 설사였다. 일반 엑스레이를 촬영해도 잡히지 않던 것이 CT를 촬영하면 폐가 하얗게 보였다. 독특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우한에서 집중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데다 폐에 치명적인 염증을 동반한다고 해서 코로나19는 당시 ‘우한폐렴’으로 불리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시약이 따로 없어 국립보건환경연구원으로 검체를 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 환자는 입원한 9일동안 발열이 이어졌다. 입원 4일째부턴 호흡곤란이 시작됐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제인 칼레트라를 1번 환자에게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여러 치료법을 동원했고 12~13일이 지난 후부터 산소를 제거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경과가 좋아졌다. 임상 증상이 호전됐지만, 체액에서 바이러스가 조금씩 계속 나왔다. 하루 2번 이상 검출되지 않을 때에야 격리에서 해제될 수 있었다.

조 원장은 “이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연구 대상이었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의 정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렇게 1번 확진자를 치료하며 쌓게 된 진료 정보가 대한민국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돼 코로나19 관리지침의 토대가 됐다.

1번 확진자로 부터 확보한 균주를 통해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달인 1월 31일부터 6시간 이내에 결과 확인이 가능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Real Time RT-PCR)을 전문가들과 개발해 현장에 빠르게 적용했다. 그리고 1번 확진자의 증상과 바이러스 검출 시기 등을 감안해 격리 기간이 14일로 정했다.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방역체계를 잡은 것이다.

1번 환자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의료진에게 “당신들은 나에게 영웅”이라며 “남은 생애 동안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싶다”고 감사 인사가 담긴 편지를 남겼다. 조승연 원장은 “이후에도 이메일로 간호사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2020년 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텅비어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 공공병원 어려움 가중…코로나의 교훈 잊힐라

미지의 바이러스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인천의료원은 아니라고 했다. 인천공항과 가장 가까운 공공의료원이라는 점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1호 환자들이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가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 1호 환자도 에볼라 의심환자도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조 원장은 “우린 미지의 바이러스 대응 경험이 풍부하다”며 “코로나19 당시에도 ‘이제 시작됐구나’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ndemic influenza)가 휩쓸며 음압병상이 만들어졌고 10년 이상 운영해오며 수시로 모의훈련도 해왔다. 간호사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최적화된 셈이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건 지친 몸과 마음 그리고 적자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의 교훈이 공공의료 강화라고 입을 모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는 사이 일반 외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환자수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술 전문의도 소아과 전문의도 모두 밤낮 할 거 없이 감염병 환자를 돌봐야 했다. 공공의료현장의 월급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일은 고되다 보니 많은 급여는 뿌리치기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공공병원에선 의료진도 환자도 떠난 후 남은 게 적자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조 원장은 “개인적으로 공공병원 의사들이 상당 부분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며 “(병원을) 나오면 연봉을 2배로 높여 준다는데도 공공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분들 다 훈장 줘야 한다. 정부에서 이분들에게 정책적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규제도 사라진다. 완연한 코로나19의 봄이 찾아온 것이다. 조 원장은 “감염병의 역사를 보면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약화하고 다시 세지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완전히 사라지는 건 어렵겠지만, 계절독감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아직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며 “고위험군엔 여전히 위험한 바이러스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면서 백신 접종을 통해 중증도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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