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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노라쿠스(LunoLacus)는 1980년대 팝 음악을 알려주는 음악 해설 유튜버입니다. 지난해 4월 첫 영상을 올린 이후 현재까지 약 70여개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구독자는 12일 기준 약 4만 6000명 입니다.
대다수 음악 해설 유튜버는 곡이 나온 배경과 성과 등을 소개하는 데 그칩니다. 하지만 루노라쿠스는 사회배경과 파급효과는 물론 음악 창작과정도 직접 구현해 이해를 돕습니다. 필요하면 춤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내용도 세세하게 소개합니다. 많은 음악 해설 유튜버 중 루노라쿠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입니다.
가끔 그의 영상을 보면 ‘이걸 공짜로 봐도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하나 공들인 티가 역력합니다. 자료의 방대함과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도 발군이죠. ‘지상파가 만들어도 이 정도 퀄리티를 못 낼 것 같다’, ‘이런 정보와 소스는 어디서 얻은 것인지 감탄이 나온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 합니다.
마이클 잭슨의 팬으로 추정되는 루노라쿠스는 그에 대한 영상을 9편이나 올려놨습니다. ‘Smooth Criminal’을 소개하면서 가사속 Annie가 나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19세기 후반 파리 세느강에서 발견된 소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마이클의 대표 춤동작인 린 무브(Lean Move)까지 해박한 지식을 아낌없이 풀어냅니다. 나머지 8편도 이 못지 않게 흥미롭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루노라쿠스의 또다른 강점은 각종 악기 및 소리가 쌓아올라가는 과정을 친절히 소개해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점입니다. 그의 친절한 시청각 설명을 듣다보면 저절로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또는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했구나’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1983년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를 소개하면서 루노라쿠스는 드럼머신의 비트 위에 신디사이저 멜로디, 베이스 신디사이저가 더해져 음악이 되는 과정을 친절히 구현합니다. 아하(a-ha)의 ‘Take on Me’를 설명할 때는 자신이 직접 신디사이저를 치면서 소리가 변화·발전하는 과정을 직접 들려줍니다.
이외에도 프린스, 토토(TOTO), 듀란듀란, 마돈나, 본조비, 알란파슨스 프로젝트, 올리비아 뉴튼존, 스티비 원더, 보이 조지의 컬쳐클럽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1980년대 팝 가수와 그들의 대표곡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그의 채널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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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노라쿠스는 딱히 자신에 대해 설명한 영상이 없습니다. 1982년 개봉한 영화 록키3에 나온 음악 서바이버(survivor)의 ‘eye of tiger’에 감동받아 부모님께 참고서 산다고 받은 용돈을 LP를 사는데 썼다가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략 50대 중반의 중년 남성 정도로 추정해 봅니다.
댓글에는 종종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냐는 내용도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탄탄하게 풀어가는 능력을 보면 글을 쓰는 사람인가도 싶습니다.
누군가는 2022년에 왜 40년전 1980년대 음악을 알아야 하냐고 할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출장길 뉴욕의 한 카페에서 1983년 발매된 토토의 아프리카(Africa)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40년 전 노래가 왜 나오지 하는 순간, 몇년 전 아프리카가 미국 청소년들에게 밈으로 유명해져 노래까지 유명해졌다는 루노라쿠스의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8억회 입니다. 좋은 음악은 시대를 넘어 공감되기 때문이겠지요.
80년대 팝 명곡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낸 루노라쿠스의 구독자가, 그의 공들인 영상을 본 이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