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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물가 정점론…"치솟는 환율이 최대 변수"

이윤화 기자I 2022.10.04 04:30:01

[물가폴]9월 소비자물가 설문조사
유가 내렸지만, 추석·태풍 등 영향
9월 물가상승률 전년비 5.7% 전망
7월 6.3% 고점 후 두 달 연속 5%대
올 물가는 5.2%…내년 3.5% 예상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경기침체에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물가가 정점을 찍고 서서히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변수는 1440원대를 돌파하는 등 무섭게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유럽의 에너지 대란 여파다.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내년 하반기쯤에야 한국은행이 제시한 물가 목표 수준(2%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환율 급등에 빠른 물가하락 기대감 사라져

3일 이데일리가 오는 5일로 예정된 ‘9월 소비자물가’ 발표에 앞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1년 전 대비 5.7%(중간값)로 전망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3%(전년동월대비)로 고점을 찍은 뒤 8월 5.7%로 축소됐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5%대 물가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두바이유 등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80달러대로 추가 하락했지만, 태풍·폭염 등 자연재해와 추석 명절 요인이 더해지며 8월과 비슷한 물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추석 명절 효과가 존재하고 공산품 및 식료품 가격 인상, 농산물 가격 상승, 서비스물가 상승이 이어졌을 것”이라면서 “국제유가 하락은 원화 약세와 상쇄되며 수입물가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을 지났다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인해 물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는 사라져가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8일 장중 고가, 종가 기준 1442.2원, 1439.9원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1440.0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한은은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을 0.06%포인트 높인다고 분석했다.

전기요금, 가스비 등 공공요금 인상도 문제다. 10월부터는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5%, 도시가스 요금은 약 16% 오른다. 정부는 이번 공공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 더 키울 것으로 봤다. 전기요금 인상이 0.1%포인트, 가스요금 인상이 0.2%포인트 가량 물가를 더 밀어 올릴 것이란 추산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식료품 가격 상승, 태풍 및 홍수 등 자연재해와 환율까지 단기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 에너지 대란 땐 물가 다시 치솟을 수도

연간 물가상승률은 올해 5.2%, 내년 3.5% 수준으로 전망됐다. 한은이 지난 8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예상한 연간 물가 수준(올해 5.2%, 내년 3.7%)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물가 상방 압력 요인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더 커졌다. 환율이 1500원선을 뚫거나, 겨울철 들어 우려했던 유럽발(發) 에너지 대란이 일어난다면 7월(6.3%) 이상의 고물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고점을 1500원대 수준을 가정하고 있어 물가정점은 7월로 지났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환율이 1600원대로 추가 상승한다면 물가 정점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와 한은은 시장 예상과 달리 물가 정점 시기를 10월께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엔 유가 하락에 물가 정점이 7월께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발언했지만, 최근엔 10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로는 물가 정점을 10월로 보고 있는데 유가가 빨리 떨어진 반면 환율이 절하됨으로써 그 효과가 상쇄돼서 변동성이 크다”면서 “그 이후에도 물가가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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