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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왜 한국의 웹툰이 인기인가? 요즘 일본 언론이 궁금해하는 점이다. 일본 방송사 TV도쿄는 지난 6일 뉴스 프로그램 ‘WBS’에서 6분이 넘는 분량의 리포트로 한국 만화의 약진을 조명했다. 스마트폰에 특화된 한국 웹툰의 세로 읽기 방식과 작가 발굴 시스템, 영화·드라마화 등 경쟁력을 분석한 것이다. 네이버(035420)는 대표 웹툰 기업으로 소개됐다.
◇네카오, 일본서 웹툰 거래액 역대 최고치
‘만화왕국’ 일본에서 한국 웹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일본 시장조사업체 MMD연구 조사에 따르면 일본 만화 앱 시장의 1·2위는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 망가와 카카오(035720)의 픽코마다. 일본 앱은 3, 4위로 밀려있다.
덕분에 네이버, 카카오의 웹툰 사업 실적도 증가세다. 네이버 라인 망가와 지난 3월 인수를 마무리한 이북재팬의 8월 합산 거래액은 100억엔을 돌파했다. 합병 효과가 나타나며 월 합산 거래액이 처음으로 100억엔을 넘은 것이다. 2분기 기준 두 플랫폼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120만명에 달했다. 지난달 라인 망가 ‘톱5’ 작품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 ‘싸움독학’ ‘입학용병’ ‘재혼황후’ ‘여신강림’ 등 모두 한국 웹툰이었다.
카카오픽코마의 올해 2분기 거래액도 232억엔을 상회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월간 거래액은 사상 최대치인 80억엔을 찍었다. 앱 시장 조사 기관 데이터에이아이는 2분기 일본에서 소비자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위로 픽코마를 꼽기도 했다.
이북재팬이나 픽코마에서 아직까지 한국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주류라 보긴 어렵겠지만, 향후 입지를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200개 이상이 오리지널 웹툰을 이북재팬에 서비스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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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무’ 등 사업 모델 도입…현지 창작자에 ‘판’ 깔아줘
두 회사의 일본 시장 내 성장 비결은 뭘까. 픽코마 측은 “철저한 시장·이용자 분석을 통해 변화하는 흐름에 맞는 서비스와 감상 환경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픽코마는 일본 출판사가 제공 중인 도서 형태의 인기 만화를 스마트폰 환경에 맞춰 만화팬들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스낵 컬쳐’ 콘텐츠 이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했다.
다양한 수익 창출 전략을 시도한 점도 요인이다. 픽코마는 론칭 당시 일본에 존재하지 않았던 에피소드 중심의 ‘화 분절’ ‘기다리면 무료’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도입해 일본 시장에 안착시켰다.
네이버는 현지 생태계 조성을 이유로 들었다. 전 세계 창작자들에게 웹툰을 시작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2006년부터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쉽게 선보이고 피드백도 받아볼 수 있는 ‘도전만화’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일본에서도 ‘인디즈’란 이름으로 운영된다. 도전만화에서 정식 연재로 이어지는 승격 시스템은 이미 한국에선 신진 작가 등용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석(마음의 소리), 박태준(외모지상주의), 야옹이(여신강림) 등 수많은 스타 웹툰 작가들이 도전만화에서 탄생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일본에서 인디즈는 기존 출판사 중심의 연재 작품 선정 방식을 벗어나 독자 반응에 따라 프로 작가 데뷔 기회가 주어지는 획기적인 모델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신인 작가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뜻이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본을 넘어 북미와 프랑스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