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복을 빈다’는 그 애도의 말

김미경 기자I 2022.07.16 00:20:00

김용균, 김용균들
권미정·림보·희음|308쪽|오월의봄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기획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애도의 말. 책은 간단한 듯하지만, 저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싸워온 지난한 과정의 기록이다.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3개월 만에 산재(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남겨진 동료와 유가족, 노조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어 숨진 김씨의 주검을 발견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최초 목격자인 동료 노동자 이인구씨와 노동운동가가 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발전소 비정규직 노조(노동조합) 동료 이태성씨가 그들이다. 이들의 일상은 김용균씨의 죽음과 함께 180도 바뀌었다.

권미정, 림보, 희음 활동가는 지난 3년여간 이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달라진 일상을 기록했다. 김씨의 죽음과 죽음 이후를 기억하고 살아내고 있는 김씨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씨를 다시 불러낸다.

또 다른 ‘김용균들’이 생겨나지 않게 하자는 의지와 바람을 모아 2019년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기획해 발간한 첫 책이다.

책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재는 왜 계속 일어나는지, 기업 현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리 사회의 책임은 없는건지 질문을 던진다. 한국 사회의 산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산재가 사회에서 고립된 별도의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해결이 필요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책을 좇아가다 보면, ‘김용균’에서 시작해 고용 구조상 약자이면서 동시에 권리의 주체이기도 한 수많은 또 다른 노동자 ‘김용균들’을 만나게 된다. 산재는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맞닥뜨리게 된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총장은 책 서두에 이렇게 적었다. 권 사무총장은 “투쟁은 또 다른 ‘김용균들’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산재 뒤에 남겨진 고통과 숙제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받아 안아 함께 나누고 풀어가고 싶다. 김용균에서 시작해 또 다른 김용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재단의 노력이 이 사회를 한 발자국이라도 안전과 평등의 세상으로 당겨놓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고 썼다.

김씨 사망사건은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되돌아보게 했고, 산업 안전의 중요성을 들여다보게 했다. 또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도 이어졌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한 해 2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10만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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