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시에서 발견된 뒤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아시아계 여성이 귀갓길에 염산 테러까지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습니다. 증오범죄가 반복되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미국 상원은 지난 22일 (이하 현지시간)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안을 찬성 94, 반대 1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만큼 하원을 거쳐 정식 법안으로 발효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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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향한 무차별 증오범죄 잇따라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는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뉴욕에서 21세 아시아계 여성이 염산 테러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며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 19일 현지 매체 ‘아시안던’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후 귀가하던 나피아는 급작스럽게 나타난 괴한이 뿌린 염산에 맞아 중상을 입었습니다. 나피아의 손목과 얼굴 피부는 녹아내렸고, 염산은 입으로 들어가 혀와 목구멍까지 화상을 입혔습니다.
지난 18일엔 20대 흑인 여성이 텍사스주의 한 미용용품 판매점 주인인 한국인 여성을 때려 기소됐습니다. 가게에 들어선 흑인 여성은 “빌어먹을 아시안”이라며 한인 여성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고, 피해자는 코뼈가 부러졌습니다.
지난달 29일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30대 흑인 남성이 마주 오던 60대 아시아계 여성을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길을 걷던 피해자는 큰 체구의 흑인 남성과 눈이 마주치자 한쪽으로 비켜섰는데, 남성은 갑자기 여성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린 뒤 폭행했습니다. 기절한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내리찍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대낮 뉴욕 지하철 내에서 백인 남성이 20대 아시아계 여성의 가방과 상의에 소변을 보는 엽기적인 테러를 했을뿐만 아니라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인 남성은 흑인 남성에 쇠막대기로 폭행당하는 등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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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도시서 아시아계 증오범죄 149% 증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경찰에 접수된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2019년 3건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 한 지난해 28건으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급증세는 이어져 지난 3월까지 35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 및 극단주의 연구센터는 “미국 대도시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지난 한 해 동안 149% 증가했다”며 “특히 뉴욕에서 가장 큰 폭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증오범죄 중 절반은 범행 과정에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차별 발언도 함께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인 사회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장 모(38) 씨는 “어린아이가 있어 불안감이 더 크다. 쫓기듯이 볼일만 보고 급하게 집에 오게 된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쌓인 분노를 아시아계에 풀고 있는 것 같다. 10대들이 게임처럼 재미 삼아 아시아인을 때리고 도망가는 일도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아시아계 상대 증오 범죄 방지법’, 정식 법안 발효 가능성 커져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미국 상원은 지난 22일 ‘아시아계 상대 증오 범죄 방지법’을 찬성 94표, 반대 1표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에 공화당도 초당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만큼 하원을 거쳐 정식 법안으로 발효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법안은 온라인 신고 체제를 구축하고 사법당국이 보다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증오범죄 방지 교육을 확대하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법안은 다음 달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의결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됩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 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신속하게 입법 과정이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법 처리에 대해 “미국에 너무나 명백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증오범죄는 용납될 수 없고, 연방 법 집행관들은 이를 탐지하고 억제하기 위해 권한 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