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입 주위 피부질환은 여드름 모양의 발진, 윗입술과 코 사이에 자주 생기는 종기 등 그 원인과 종류도 가지가지다. 대부분 입 주위에 피부질환이 생기면 피곤해서 그러려니 여기고 단순히 집에서 연고나 보습제를 바르는 등의 소극적인 조치만 취한다. 하지만 단순 조치만 취하다 잘 낫지도 않으며 만성으로 진행하거나 좋아졌다가도 어느새 재발하는 경우가 잦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필요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낸 후 알맞은 치료를 받아야 재발을 막고,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술 모서리에 습진, 입 벌릴 때마다 통증 느껴지는 ‘구석입술염’
입술 양쪽 또는 한쪽 모서리에 습진이 있을 때는 구석입술염이라 부른다. 증상은 진물이 나오다가 가피(딱지)가 형성되기도 하고, 입술 모서리가 사선으로 갈라져 입을 벌릴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된다.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연령에 따라 주된 발생원인이 다르다. ▲성인의 경우 물리적 자극이나 포도상구균, 칸디다 등 곰팡이감염이 ▲소아에서는 영양 및 면역 결핍, 침을 많이 흘리거나 얼굴에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이 있는 경우에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 ▲중년 혹은 노년층의 환자에서는 의치가 맞지 않거나 반대로 의치를 하지 않아 윗입술이 아랫입술쪽으로 돌출되면서 양쪽 입술 모서리에 틈새가 생기고, 그 부위가 침에 늘 짓물러 있는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구석입술염 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곰팡이감염이 의심될 때에는 현미경으로 확인한 뒤 적절한 항진균제로 치료한다. 의치를 한 경우에는 치과에 가서 구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전이나 취침 전에 바셀린을 입술 주위에 발라 음식물이나 침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렵고 따끔거리다 물집 잡히는 ‘구내단순헤르페스감염’
피곤할 때마다 입술이나 입술 주변에 따끔거리는 작은 물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소아나 젊은 성인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평소 신경절에 잠복 상태로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어 피부염을 일으킨 것으로, 우리나라 인구 중 60% 이상이 감염됐다고 알려질 만큼 매우 흔하다. 입술의 상처, 스트레스와 과로, 발열, 월경 등의 호르몬 변화와 같은 다양한 환경적 또는 생리적 요소가 원인이 된다. 대개 물집이 발생하기 1~2일 전에 먼저 감각이 이상하거나 가렵고 따끔거리는 증세가 있다가 작은 물집이 무리 지어 발생한다. 첫 발생 시에는 5~6일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고 회복까지는 3주 정도 걸린다. 감염이 재발한 경우에는 전조증상이 없거나 약하게 나타나고, 병변의 지속시간도 1주 내로 짧아진다.
한태영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교수는 “구내단순헤르페스감염은 전염성이 있으므로 수건이나 칫솔 등 개인용품을 따로 쓰고, 병변을 만진 뒤에는 즉시 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 중요하다. 구강 위생 상태도 개선해야 한다. 만약 너무 자주 재발한다면 저용량의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억제요법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평소 입술 깨물거나 입술 빠는 습관 자제해야 ‘탈락입술염’
아랫입술의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퍼져나가 입술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각질이 일어나는 질환을 탈락입술염이라고 한다. 젊은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특히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 건선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나 태양 광선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평소 입술을 깨물거나 입술을 빠는 습관 등은 탈락입술염을 악화시키므로 개선해야 한다. 치료는 원인을 교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처방약은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국소 타크로리무스제 등이 있다.
◇립스틱 등에 의한 일종의 알레르기 ‘접촉입술염’
입술에 자극 물질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닿아 발생하는 염증반응을 접촉입술염이라고 한다. 입술이 화끈거리고 가려우면서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진물이 날 수 있다. 원인은 립스틱이나 입술 보호제를 바른 뒤 나타날 수 있고, 이밖에도 입술과 접촉하게 되는 구강청결제, 치약, 비누, 화장품, 치과 보철물 등에 의한 접촉피부염이 입술에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로 첩포검사를 시행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첩포검사는 의심되는 물질을 등 또는 팔에 붙이고 2~3일 지난 후 부착 부위에 피부 발진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검사를 통해 원인 물질이 밝혀지면 원인을 제거하고, 증상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한다.
◇여드름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면포 없는 게 특징 ‘입술주위염’
입 주변에 홍반과 각질을 동반한 구진과 농포가 생기는 염증성 피부질환은 입술주위염이다. 병변은 콧망울이나 입술 양쪽 모서리에서 시작해 빠르게 윗입술과 턱 등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심한 경우 코 및 눈 주변부까지 확산, 가려움증이나 작열감이 동반될 수 있다. 흔히 여드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여드름은 면포(좁쌀 여드름, 블랙헤드, 화이트헤드 등 염증이 없는 여드름 구진)가 관찰될 수 있고, 입술주위염에 비해 더 큰 구진과 결절이 광범위한 부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모낭에 사는 기생충에 의한 감염, 자극성 또는 알레르기성 물질의 접촉 등으로 추측된다. 치료는 화장을 삼가고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국소 스테로이드제 도포가 도움이 된다.
◇코 바로 밑 ‘종기’ 함부로 짜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
입이나 코 주변에 종기가 자주 생겨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기는 모낭에서 기원한 염증성 결절로 주로 황색포도알균이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이처럼 코 주변이나 입 주위에 종기가 잘 생기는 이유는 콧구멍에 황색포도알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통증이 있는 붉은 결절로 시작하여 점차 커지면 통증이 심해지는데, 여러 개의 종기가 합쳐지면 피하지방층까지 깊어지면서 피부표면에 여러 개의 배출관과 궤양이 관찰될 수 있다. 치료는 통증이 있을 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고, 온찜질이 증상 완화를 돕는다.
한태영 교수는 “이때 주의할 점은 윗입술과 코 주변은 뇌로 가는 혈류가 많은 부위 이므로 함부로 종기를 짜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전문의와 상의 후 병변이 크고 재발한 경우라면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절개해 고름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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