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구의역, 김포공항역 등에서 스크린도어와 관련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방배·신림·성수(2호선), 을지로3가(3호선), 광화문·군자·김포공항·왕십리·우장산(5호선) 등 9개 역에서 스크린도어 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4월이면 교체 사업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스냅타임이 확인한 결과, 수도권 지하철 중 유일하게 난간형 스크린도어를 유지 중인 건대입구역(2호선)과 강변역(2호선)의 스크린도어가 교체 대상에서 빠져 여전히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역은 지난 2006년 스크린도어 도입 초기에 설치한 1.65m 높이의 낮은 난간형 스크린도어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었다.
2011년 자살 사고 이후 시민들 항의에 개선방안 마련하겠다 했지만...
2009년, 수도권 지하철 모든 구간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설치 이전 매년 30건 이상 발생하던 인명 사고가 스크린도어 설치로 2년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강변역에서 이등병 한 명이 휴가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65m 높이의 난간형 스크린도어를 뛰어넘어 열차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처음 일어난 자살 사고였다.
자살 사고 이후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당시 난간형 스크린도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서울메트로 측과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의 인터뷰가 다수 언론에 보도됐다. 현재 설치된 스크린도어에 담을 쌓는 방안부터 반밀폐형 스크린도어를 새로 설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가 언론에 보도되고 8년이 지난 현재, 강변역과 건대입구역 스크린도어는 여전히 난간형 스크린도어로 방치되어 있다.
스크린도어 교체, 서울교통공사-유진메트로컴 상반된 주장
스냅타임 취재 결과, 서울교통공사와 민영업체인 유진메트로컴이 강변역과 건대입구역의 스크린도어 시공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여 결국 아직까지 진행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당시 스크린도어를 높이거나, 반밀폐형으로 새롭게 설치하는 방안이 모두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두 역 모두 승강기 안전장치 전문업체인 ‘유진메트로컴’에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광고수입을 가져가는 곳이라 소유권이 공사에 있지 않아 협의했지만 유진메트로컴이 설치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진메트로컴의 거절로 서울교통공사에서 독자적으로 건설을 고려했으나 건설비용 부담과 공사 기간 중 광고 수입을 유진매트로컴에 수십억 배상해야 하는 등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라며 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스크린도어에 펜스를 쌓아 높이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스크린도어 보수 대신 “승강장 양쪽 끝에 있는 터널 출입문을 20cm정도 높이는 걸로 마무리했다”고 서울교통공사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유진메트로컴은 서울교통공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본적으로 스크린도어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서울교통공사에 있으며, 본인들에게는 거절할 권한이 없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착오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시설을 민자로 투자해놨는데, 사유재산을 적절한 보상 없이 교체하라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변·건대입구역 스크린도어 개선 계획 없어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강변역은 유진메트로컴과 계약기간이 2028년에 종료되고 건대입구역은 2024년에 종료된다. 지난 2015년 사고가 일어난 강남역, 2016년 사고가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의 소유권 역시 유진메트로컴에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금 교체 공사를 진행하는 역들은 최초부터 서울교통공사가 건설해 소유권이 공사에 있는 역들이다”라며 "현재로서는 강변역과 건대입구역 스크린도어에 대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진메트로컴 측도 "안전을 위해서 교체를 한다는데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결정 권한을 가진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요청하면 대응할 것이지만 지금은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출퇴근시 강변역을 이용하는 강겨울(가명·24·여) 씨는 "스크린도어와 관련해 많은 사고가 일어났는데 아직도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남수(가명·32)씨도 “사고가 일어난 후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사전에 이런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문한 강변역과 건대입구역의 스크린도어는 성인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을 수 있는 높이였다.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는 스크린도어 전면 교체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8년째 서울교통공사와 유진메트로컴이 공방을 벌이는 사이에 일부 지하철 스크린도어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