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증권거래세 인하가 본격 추진된다. 정치권은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를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도 같은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세수불안’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총선 앞둔 與 “증권거래세 인하” Vs 기재부 “세수 불확실성”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증시에 대한 지원책으로 증권거래세 개편을 충분히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찔끔 낮추는 것은 효과가 없기 때문에 폐지하거나 대폭 인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분위기가 바뀐 것은 투자업계와의 만남 이후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증권·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문제는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기재부 고위관계자도 통화에서 “필요하면 증권거래세 제도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의 쟁점은 개편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세법을 총괄하는 기재부 입장이다. 기재부는 정치권의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압박에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세수 감소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증권거래세와 맞물려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문제 때문이다. 기재부는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한 묶음으로 본다. 주식을 팔아 돈을 벌었을 때 세금을 내는 게 주식 양도소득세, 거래 자체에 부과하는 게 증권거래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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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2021년까지 과세 강화를 마무리한 뒤 증권거래세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다.
하지만 작년에 증시가 좋지 않으면서 투자자들과 투자업계가 증권거래세 문제를 들고 일어났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입었는데도 세금을 내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다. 초과세수가 25조원(추정치)을 넘어선 것도 영향을 줬다.
한국당은 작년 11월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조경태)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당 주장대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한 묶음인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개편을 병행해야 한다.
문제는 두 세제를 동시에 개편하면 시장에 어떤 여파를 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식을 포함한 양도소득세는 세수 추계 오차(예산 대비해 실제 징수된 실적치)가 가장 큰 세목이다. 오차율이 2016년에 45.5%(4.3조원), 2017년 25%(3조원)에 달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장 상황에 따라 매매량과 수익 규모가 급격히 달라져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주식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양도세 과세 확대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진짜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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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주식 양도소득세는 손대지 않고 증권거래세만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방안에도 회의적이다. 매년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세수입 4조원이 통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세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요 세목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재부는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 이후 세수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반도체 업계 법인세 수입도 줄어들 수 있어서다.
세종 관가에서는 “내년 총선이 급한 민주당이 증권거래세를 무작정 없애자는 게 포퓰리즘 아니냐”는 불멘소리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증권거래세가 단기적 투기를 막기 위해 1963년에 도입됐지만, 국제적 상황, 자본시장 육성, 개미투자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과세 등을 고려해 이제는 개편할 때가 됐다”면서도 “빚을 내서라도 재정을 풀려고 하는 현 정권 입장에선 감세 정책을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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