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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거부한 아베, 화해치유재단 진정성 의심
화해치유재단의 탄생은 지금부터 2년4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해 모든 전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합의의 핵심은 화해치유재단 설립과 일본 총리의 진정성 있는 사과였죠. 먼저 이듬해인 2016년 7월 화해치유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됩니다. 재단은 출범 이후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으로 위안부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합의 시점 당시 생존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58명의 유족에게 44억원이 지급됐죠.
하지만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였습니다. 2016년 10월, 아베 총리는 합의에 명시한 사죄 메시지를 위안부 피해자에게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언급해 공분을 샀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피해자 단체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없이 위안부 합의와 위로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결국 일본 총리의 사과없는 화해치유재단도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습니다.
◇사과 약속 외면한 일본과 합의 무의미 판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논의도 다시 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 했고, 결국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해말에는 재단 이사단이 전원 사퇴했습니다. 사실상 재단은 이름만 남은 상태가 된 셈입니다.
이어 지난 1월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 단체 등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관련 부처 협의가 이어졌고 결국 지난 21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공식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 아래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재단의 해산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화해치유재단 공식 해산의 가장 큰 의미는 진정성이 없는 일본 측과의 합의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재단 사업이 중지되면서 이름만 남았던 화해치유재단을 유지하기보다는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진정한 치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죠.
◇ 출연금 100억 일본에 반환…수용 거부할 듯
어쨌든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의 공식 해산을 발표했고, 재단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됩니다. 청산 절차는 6개월~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과제는 일본에게 받은 10억엔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현재까지 지급된 44억원은 무효화 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정부는 지난 7월 10억엔 반환을 위해 양성평등기금 사업비로 103억원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을 일본 정부가 받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 측은 10억엔 출연으로 위안부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죠. 즉, 출연금 반환이 이뤄지게 된다면 일본은 다시 한번 사죄와 배상 등을 우리 정부와 논의해야 합니다. 이번 화해치유재단 공식 해산에 일본 측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 일본과 협의를 통해 이 10억엔 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진선미 장관은 이번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하면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는데요. 일본 측이 앞으로 10억엔 처리 과정에 있어서 얼마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우리 정부가 얼마나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린 입장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이끌어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