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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김현 회장 “檢 기소독점 폐단 불기소 때 발생…견제 장치 필요"

조용석 기자I 2017.08.07 05:00:00

시민 배심원단 도입으로 검찰 기소권 남용 견제해야
공수처 설립·수사권 조정 찬성하지만 ‘속도조절’ 필요
참여정부 파견검사 중용 비판…“이전 정부와 달라야”
사법부도 개혁대상…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시기상조
’전관예우 방지법 발의 예정…변호사 수 조절 나설 것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 김현(61·사법연수원 17기)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개혁대상 1호’로 꼽히는 검찰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일부 검찰 개혁안에 대해선 연착륙을 위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검찰의 불기소 사건, 시민 대배심서 판단

우리나라 검찰은 범죄자를 형사재판에 넘길지 결정하는 기소권을 독점한다. 그 결과 거침없이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아무리 무거운 범죄도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법원이 검찰에 기소명령을 내리는 재정신청 제도가 있으나 인용율이 1% 수준에 불과해 유명무실하다.

김 회장은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은 기소보다 불기소하는 경우 발생한다”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김 회장은 ‘기소대배심제’(대배심)를 꼽았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대배심제는 일반인 23명으로 구성된 대배심이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의 기소 여부를 다시 따진다. 김 회장은 “시민들이 검찰의 기소권남용을 통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검찰 고위간부인 검사장(차관급)을 직접투표로 뽑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직접투표를 통해 뽑힌 검사장이라면 상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다만 제주도 등 규모가 작은 지방에서 시범 추진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고 투표권자는 검사와 변호사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수처·수사권 조정 찬성하지만 ‘속도도절’ 방점

대한변협은 최근 회원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에 참여한 회원 중 85%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수처는 판·검사 및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전담 수사·기소하는 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주요공약 중 하나다.

김 회장은 “공수처를 도입하더라도 검찰 비리에 한정하거나 혹은 최소한의 규모로 점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이 신설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지나친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김 회장은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수사권을 경찰에 모두 주고 검찰은 필요한 경우 보충적 수사만 하는 방안은 ‘시기상조’로 봤다. 또 경찰이 사건 수사 후 기소여부를 판단한 뒤 사건을 마무리하는 종결권까지 갖는 것은 반대했다.

그는 “경찰에 먼저 피의자가 자백한 일정금액 이하의 고소·고발사건, 음주운전 및 무면허 운전 등 양형기준이 확실한 사건 등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주는 게 맞다”며 “해보고 경찰이 잘하면 그때 수사대상을 점차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檢 개혁핵심은 인사권…참여정부 파견검사 중용 ‘비판’

김 회장은 검찰개혁의 핵심을 공정한 검사인사에서 시작한다고 봤다. 검찰인사가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검찰권이 정당하게 사용되고 자연스럽게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검사가 승진을 위해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사례도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회장은 최근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파견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성윤(55·사법연수원 23기) 대검 형사부장, 김영문(52·24기) 신임 관세청장 등은 모두 참여정부 시절 검사로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한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은 “권력자가 검찰 인사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자제심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렇게 되면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반면 ‘정윤회 문건’ 등 일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재조사 지시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고 필요한 조치”라며 “정치적 논쟁을 떠나 법치주의 수호의 관점에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왼쪽)이 남궁덕 콘텐츠전략실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전관예우 방지법 발의…변호사 수 조절 위해 로스쿨 ‘통폐합’

고위법관 또는 고위검사가 퇴직 후 변호사가 된 뒤 친정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이른바 전관예우와 관련해 김 회장은 “전관예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변협은 4대 최고위직(대법관·헌법재판관·법무부장관·검찰총장)에 대해 변호사 등록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다. 변호사법상 결격사유가 없다면 변호사 등록 신청 후 3개월이 지나면 자동 등록되기 때문이다.

이에 변협은 4대 최고위직의 경우 2년간 변호사로 등록금지, 고법 부장판사·검사장은 퇴직 후 직전 근무지 사건을 최대 3년(종전 1년) 수임금지, 대법관은 대법원 사건 수임을 원천 금지한다는 내용을 곧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발의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최근 변호사 공급과잉 문제를 풀기 위해 로스쿨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신규 배출되는 변호사는 연간 1600명 수준으로 한국보다 인구가 많고 경제수준 높은 일본(연 1500명)보다 오히려 더 많다. 법률시장이 포화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집사 변호사’ 등 법위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는 “신규 변호사는 연 1000명 정도가 적당하다”며 “로스쿨 및 법무부·법원 등과 신규배출 변호사 숫자를 줄이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전북·부산 등 로스쿨 중복 지역을 통폐합하고 로스쿨 입학정원도 2000명에서 15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법부도 개혁 대상…고법부장 승진제 폐지 ‘시기상조’

김 회장은 최근 ‘판사 블랙리스트 사태’ 등으로 홍역을 앓는 사법부에 대한 개혁도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종전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판사) 중심의 대법관 구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새 정부가 첫 임명한 조재연(61·12기), 박정화(51·20기) 대법관은 모두 기존 서오남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일각에서는 고등부장 승진제로 인해 대법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세져 판사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좋은 판결을 위해 노력한 판사에 대해서는 상을 줘야하는데 고등부장 승진제도가 없어지면 이를 보상해주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법관에 대한 변호사들의 평가를 대법원 법관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입법추진 중이다. 서울 등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는 매년 자체 법관평가를 한 뒤 이를 대한변협에 보고하고 있다. 그는 “법관평가를 해보니 하위법관으로 뽑힌 판사는 계속 나쁜 평가를 받더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축적된 자료도 많기에 공정성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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