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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도현 탑엔지니어링 대표는 3일 경기 성남 판교 R&D(연구개발)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에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된 것과 관련, 정부로부터 R&D와 마케팅 등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월드클래스300은 정부가 잠재력 있는 기업을 글로벌 전문기업(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1·2차로 나눠 총 70개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탑엔지니어링은 올해 1차로 선정된 36개사 중 한 곳이다.
◇1993년 설립, 액정분사장비 글로벌 1위 올라
탑엔지니어링은 1993년에 설립된 이래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장비 국산화에 주력했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에 쓰이는 액정분사장비(디스펜서)는 줄곧 글로벌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액정분사장비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비오이(BOE)와 차이나스타(CSOT), 에이치케이씨(HKC) 등 국내외 유수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공급된다.
탑엔지니어링은 액정분사장비에서의 경쟁 우위를 앞세워 매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8년에는 매출액이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서며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디스플레이가 호황을 보였던 2011년에는 매출액이 143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탑엔지니어링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듬해 갑작스레 불어 닥친 디스플레이 불황으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절반 수준인 636억원까지 떨어졌다. 절치부심한 류 대표는 액정분사장비에 이어 LCD 절단장비(스크라이버) 등 신사업 비중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돌아보면 디스플레이 불황은 전 임직원이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전열을 가다듬고 액정분사장비에 이어 절단장비를 중국 등에 수출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절단장비가 비오이와 차이나스타 등에 활발히 공급됐고, 실적은 해마다 개선됐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611억원을 올리며 5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절단장비도 글로벌 1위, 바이오는 ‘새로운 먹거리’
탑엔지니어링이 지난해 거둔 매출액 중 액정분사장비와 절단장비는 각각 60%와 40%가량을 차지했다. 절단장비가 액정분사장비와 함께 회사 실적을 구성하는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절단장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일본 업체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글로벌 넘버원’ 제품을 2개로 늘린 것이다.
탑엔지니어링은 올해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섰다. LCD 검사장비 일종인 프로브스테이션을 최근 국내 유수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하며 첫 성과를 올린 것. 류 대표는 “프로브스테이션과 함께 여기에 들어가는 테스터까지 일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며 “디스플레이 호황으로 액정분사장비와 절단장비 공급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프로브스테이션 실적까지 더해 올해도 두 자릿수 매출액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탑엔지니어링은 이 외에 바이오젠텍 및 리오메디텍 등 관계사를 두고 바이오 분야에도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최근 말라리아 진단기기 개발을 마치고 국내 병원에 공급, 검증을 진행 중이다. 혈액응고 검사기기 등도 추가로 개발 중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확보한 ‘메카트로닉스’ 기술력을 바이오 분야로 확장하는 셈이다.
류 대표는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 후 바이오 등 신사업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탑엔지니어링은 2009년에 파워로직스를 인수, 2차전지 보호회로 및 휴대폰 카메라모듈 등 전자부품 분야에도 진출했다. 경북 구미 본사 및 경기 파주 사업장에 이어 2012년에는 판교테크노밸리에 R&D센터를 추가로 구축했다. 판교 R&D센터에는 국내 장비 업계 최초로 세워진 영리법인 중앙연구소(TOP Central R & D Center)가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