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교(56) 유앤아이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경기 의정부 용현산업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인체 분해 골절합용나사’의 무한한 시장성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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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금속 나사는 시술한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술 부위를 다시 찢어 나사를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케이메트는 골절된 뼈에 삽입돼 뼈를 붙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체에서 녹아 1~2년 안에 없어진다. 시술한 골절합용나사를 제거하는 2차 시술이 필요 없다는 의미다.
이번 식약처의 승인은 케이메트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5년 동안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사람을 상대로 2년 동안 임상시험을 거쳤다.
구 대표는 “지난 9년 동안 생체분해성 소재 개발에만 매달렸다. 수천번의 시행착오 끝에 목표를 이루게 됐다”고 개발 소감을 피력했다.
지난 1997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회사 업력의 절반 가량을 케이메트 개발에 쏟아부은 셈이다. 연구개발에 자금을 쏟아붓다보니 여력이 없어 직원들에게 단 한번도 보너스를 준 적도 없다고 한다.
케이메트를 개발하기 위한 과정도 험난했다. 우선 뼈의 강도와 근접할 정도로 기계적 강도가 높아야 한다. 인체 삽입 이후 녹는 시기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녹게 되면 뼈가 붙지 않아 환자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인체 유해성도 없어야 한다는 점도 관건이었다. 이 제품의 핵심 구성성분인 마그네슘과 칼슘의 최적 비율을 찾아내기 위해 수천번의 테스트가 반복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고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등 국내 유수의 의료진도 참여했다. 초기 개발 단계부터 충남대, 성균관대, 국민대 등의 교수진이 기초연구부터 임상 적용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등 산·학·연의 성공적인 합작품으로 평가된다. 정부 지원금 78억원을 포함해 총 130억원 가량이 케이메트 개발에 투입됐다.
의료 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인체 분해 골접합용 나사에 대한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게 구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업계에서 몸에서 녹는 나사라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갖고 있었고 시도도 많았다. 인내심을 갖고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연구에 매진한 결과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한국(KOREA)의 금속소재(METAL)’라는 의미로 제품명도 케이메트로 지었다.
오랜 기간을 특정 기술 개발에만 매달린 이유에 대해 구 대표는 “후발업체의 생존전략”이라고 답했다. 유앤아이는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모방제품을 생산·판매해왔다. 차별화된 기술이 없으면 후발주자 위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 새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구 대표는 이미 해외 시장을 향하고 있다. 유앤아이는 설립 이후부터 내수보다는 해외사업에 주력해왔다.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도 영문판으로만 기재됐을 뿐 한글판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80억원으로 내수 매출(77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생체분해 소재의 활용도는 골접합용 나사에 그치지 않는다. 무릎 인대 고정용 나사못, 인대고정용 판, 어깨 인대 고정용 나사, 성형외과용 임플란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소재가 적용 가능한 잠재 시장만 4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 대표는 “지금까지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험난했지만 이미 개발한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 전체 직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연구개발 인력을 50%까지 끌어올려 제품 개발에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고 했다.
유앤아이는 내달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의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는 “FDA 승인을 받으면 세계가 뒤집어질 것”이라며 “향후 모든 역량을 총동원, 세계 생체분해성 시장에서 절대강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연내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케이메트의 보험수가를 받는 것부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골접합용 나사와 같은 치료재료도 보험수가를 받아야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시술받을 수 있다.
구 대표는 “보건당국이 눈 앞의 재정절감만을 목표로 수가를 낮게 책정하면 해외에서도 제 가격을 받지 못하게 된다. 케이메트는 환자들이 나사를 빼기 위한 재수술을 안해도 된다는 점에서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가 된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만든 창조적인 상품에 대해 현실적인 가치를 인정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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