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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김승연 한화(000880) 회장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뒤 병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다가 올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300시간 봉사활동 명령을 끝내고, 삼성과 삼성테크윈 등 4개 회사에 대한 거래규모 2조 원의 빅딜을 성사시키더니, 최근 이라크로 날아가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을 만나 비스마야 신도시 내 학교, 병원, 관공서, 전력과 상하수도 등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시설 공사 계약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음카카오(035720) 김범수 의장 역시 올해의 인물이다. 다음과의 전격 합병을 통해 시가총액 7~8 조 원의 메머드 급 인터넷 대기업을 탄생시켰다. 덕분에 다음카카오 지분 21.79%를 가진 김범수 의장은 지분가치가 연초 대비 1천억 원에서 1조 9700억 원으로 18배나 뛰면서 30대 주식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황창규 KT(030200)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005490) 회장은 올해 취임한 뒤 인력 및 사업구조 효율화를 통해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다진 한 해로 평가되며, 구본무 LG(003550) 회장은 ‘G3’의 성공에 힘입어 스마트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090430) 회장 역시 올 한해 주식가치가 2조 7200억 원에서 6조 8400억 원으로 151.7%이나 늘어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6조 2000억 원)을 제치고 주식부자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이건희 삼성 회장(12조 9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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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 회장은 맏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때문에 숙원이던 광화문 송현동 호텔 건립까지 어려움에 부닥칠 위기다. 조 회장은 ‘땅콩 회항’ 논란을 일으킨 조 부사장의 사표를 수리했지만, 국민 여론은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복궁 옆에 호텔을 짓지 못한 상황을 암 덩어리 규제로 명명했던 데에서 허락하지 않는 방향으로 견해를 바꿨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 쓰러진 뒤 반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다. 여전히 와병 중인 가운데,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분기당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반토막 나는 등 이 회장의 빈자리가 컸던 한 해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전 국회의원)도 갑오년이 편하지만은 않았다.엔저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하는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연초 수립한 786만 대 판매 실적을 14만 대 이상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나, 연비 논란과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상징인 현대중공업이 임원 31%를 줄이는 등 고강도 개혁을 한 일도 아픈 기억이다.
대기업 총수 중 가장 오랜 기간 구속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과 건강 악화로 병원에서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받게 되는 이재현 CJ 회장에게도 2014년은 가속한 해였다.